여행-무계획이 계획 (2008)

무계획이 계획 - 06 (2008.08.10)

좀좀이 2011. 11. 11.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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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했을 때에는 새벽이었어요. 이미 전철도 끊이고 버스도 끊겨서 이동하려면 무조건 택시를 타야 했어요.


꾸벅꾸벅 졸면서 비틀비틀 걸어나오다 마주친 것은 택시기사들. 하지만 그 아저씨들이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르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어요. 동서울터미널에서 인사동까지 3만원을 부르고 있었어요. 가볍게 무시하고 가려는데 택시기사 두 명이 일본인 여자 관광객 두 명에게 5만원을 불렀어요.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으로 보아 그 일본 관광객들은 한국에 온 지 얼마 된 것 같지 않았어요. 그러니 그 시각에 인사동을 간다고 했겠죠. 새벽의 인사동은 제가 밤에 돌아다녀본 서울에서 가장 추한 지역 중 하나. 거리에 쓰레기가 넘쳐날 뿐, 그 어떤 활기도 안 보이는 곳. 사회 시간에 배우는 인구 공동화 현상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


일단 무작정 걸었어요. 동서울 터미널 근처야 바가지 악질 택시기사들이 버글대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정상적으로 택시를 탈 수 있어요. 그 정도는 서울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대체로 통하는 것. 걷다가 음료수 하나씩 사먹고 택시를 타고 예전 다녔던 학교 근처에 가서 방을 잡고 바로 골아떨어졌어요.


다음날. 특별한 일정은 없었어요. 솔직히 서울 관광은 기대할 것도 없었어요. 인사동 갔다가 청계천 걷고 명동과 동대문 가는 것으로 하루 일정 끝.


서울에서의 일정은 이렇게 친구와 같이 놀았다는 것을 제외하면 너무나 무의미하게 지나가 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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