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월요일에 가자 (2012)

월요일에 가자 - 17 타지키스탄 이스칸다르 쿨

좀좀이 2012. 5. 25.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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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목적지는 이스칸다르 쿨Iskander kul. 지도를 보니 이스칸다르 쿨까지 다녀오면 오늘 일정의 2/3은 끝나는 것이었어요. 기사 아저씨께서는 이스칸다르 쿨은 자기도 20년 전에 갔다 와서 길을 잘 모르신다고 하셨어요.


점심을 언제 먹을 거냐고 우리들에게 물어보셨어요.


"이스칸다르 쿨 가서 먹어요."
점심을 먹기에는 이른 시간이었어요. 고작 20km인데 오래 걸려 보아야 얼마나 걸리겠냐고 생각했어요.


아저씨께서는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마을로 들어가셨어요.


마을로 들어가면서 길이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어요. 차는 점점 산 속 깊이 들어가기 시작했어요.


'이 길 맞기는 맞는 거야?'


이스칸다르 쿨은 타지크인들 사이에서는 나름 유명한 호수. 휴양지로 유명한 호수가 길은 완전 엉망진창이 되어 가고 있었어요. 마을 사람들이 알려준 길이 맞을 수도 있어요. 문제는 그게 크고 좋은 길이 아니라 '개구멍'일 수도 있다는 것이었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을 주민들이 알려준 길이 원래 제대로 가는 길이 맞았어요. 문제는 비와 산사태로 인해 도로가 엉망진창이 되었다는 것.


일단 가는 길에서 본 풍경 하나하나가 아름다움 그 자체. 너무 아름다웠어요. 그러나 도로 상태가 안 좋아서 달리는 차에서 사진을 찍을 수 없었어요. 차를 세워달라고 하고 싶은 적이 여러 번이었지만 세울 상황도 아니었고, 세워주신다 해도 내릴 공간이 없었어요.


기사 아저씨 말로는 이 호수의 수원을 밝혀내기 위해 많은 학자들이 여러 번 여기로 왔었대요. 하지만 모두 실패해서 아직까지도 호수의 수원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하셨어요.


아저씨께서는 차를 4륜 구동으로 바꾸시고 깊이 심호흡하셨어요. 급경사 오르막길이 시작되는 부분에서 도로가 유실되어 자갈밭이었거든요. 차가 천천히 오르막길을 올라가기 시작했어요.


아...살려주세요!


도로 상태는 정말 최악. 너무 최악이라 사진을 찍을 생각도 들지 않았어요. 러시아어를 잘 아는 을은 뒤에서 신나게 잠을 자고 있었기 때문에 아저씨와 대화를 나눌 수도 없었어요. 그래서 굳은 표정으로 창밖만 바라보았어요. 아저씨에게 불만이 있어서 굳은 게 아니라 도로 사정이 너무 안 좋고 위험했기 때문이었어요.


아저씨께서 갑자기 제 카메라를 가리키시더니 앞을 가리키셨어요. 아...사진 찍으라는 거구나.


도로를 점거하고 풀 뜯어먹는 소들. 여기까지 소가 올라와서 풀을 뜯어먹는 것이 신기했어요.


차는 계속 이스칸다르 쿨을 향해 달려갔어요. 제 좌석 바로 옆은 낭떠러지. 풍경과 낭떠러지를 계속 바라보며 갔어요.


이쪽은 이제야 봄이 왔어요.


"저기, 이스칸다르 쿨."
아저씨께서 알려주셨어요. 이 정도는 저도 누가 해석해주지 않아도 알아들어요. 정말로 푸른 호수가 빼꼼히 얼굴을 들이내밀고 있었어요.


그러나 보인다고 절대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어요. 가깝지도 않고 도로 상태도 안 좋아서 또 한참 타고 갔어요.


오후 1시. 드디어 이스칸다르 쿨 도착!


"야, 일어나!"
열심히 자고 있는 을이 일어났어요.
"아까 정말 길 최악이었어. 계속 낭떠러지 바로 옆으로 가는데 엄청 무섭더라. 이따 돌아갈 때 잘 봐."


갑이 앉은 쪽 - 운전석 바로 뒷자리는 계속 안쪽이었기 때문에 낭떠러지를 잘 보지 못했고, 을은 계속 잤기 때문에 저 혼자 낭떠러지를 잘 보았어요. 그래서 둘에게 돌아갈 때에는 두 눈을 부릅뜨고 꼭 길이 얼마나 나쁜지 잘 보라고 했어요.


아저씨께서는 호수를 보고 점심을 먹자고 하셨어요.




호수를 둘러보고 아저씨께서는 다시 이스칸다르 쿨 입구로 차를 몰으셨어요.


입구 근처의 계곡.



문제는 우리가 간 계절이 너무 일렀다는 것.


이스칸다르 쿨은 타지크인들이 매우 좋아하고 사랑하는 휴양지에요. 그런데 이게 매우 높은 곳에 있다 보니 6~7월이 되어야 가게와 별장이 열고, 물에 들어가서 헤엄치고 노는 건 8월이래요. 7월에도 물에 들어갈 수는 있으나 7월까지는 물이 매우 차대요.


가게는 이제야 개장 준비에 들어갔어요. 당연히 문을 열은 식당은 없었어요. 딱 한 곳에서 원한다면 요리를 해 줄 수는 있다고 했어요. 러시아어를 잘 아는 을조차 음식 재료를 잘 못 알아들어서 결국 음식 재료를 보고나서야 대충 무엇을 요리해줄지 알 수 있었어요.


음식을 시키고 기사 아저씨께서 잠시 화장실에 가신 사이, 저는 식당 뒤쪽으로 가 보았어요.


열심히 개장 준비중이었어요. 여기는 이제야 봄. 꾸준히 관리한 티가 났어요.



여기는 호숫가. 물로 들어갈 수도 있어요. 하지만 당연히 안 들어갔어요. 손만 담가 보았는데 손이 물에 닿자마자 손끝이 엄청나게 시렸어요.


우리가 점심으로 먹은 것은 차 2 주전자, 볶은 쇠고기, 계란 후라이, 논, 요구르트, 샐러드였어요. 가격은 생각보다 매우 저렴하고 맛도 좋았지만 서비스는 정말 엉망진창이었어요. 기사 아저씨 것까지 같이 시켰는데 기사 아저씨의 계란 후라이와 찻잔은 나오지 않아서 기사 아저씨가 다시 주문해야 했고, 돈을 지불하려는데 영수증 달라니까 가만히 있어서 몇 번 불러야 액수를 불러주고, 돈을 주려는데 돈을 받아가지 않아서 또 몇 번을 불러야했어요. 한국인의 조급성을 보여준 것이 아니라 이 상황에서 제가 한 것은 오직 점심값을 아저씨께 드린 것 밖에 없어요. 나머지 - 영수증 달라고 하고 돈을 낸 것은 모두 아저씨께서 하셨어요. 네 명이 먹은 점심값이 총 62소모니가 나왔는데 제게는 1소모니짜리 지폐가 없어서 70소모니를 기사 아저씨께 드렸는데 기사 아저씨께서 60소모니만 가져가시고 자기돈 2소모니를 붙여서 음식값을 지불하셨어요. 아마 거스름돈 없다고 얼마 떼어먹을 거 같아서 자기 돈 2소모니 붙여서 딱 맞추어 준 듯 했어요. 계속 웃으며 밝고 자상한 표정을 지으시던 기사 아저씨께서 이 시작부터 끝까지 엉망인 서비스에 정말로 짜증이 제대로 났다는 게 이때 얼굴에 보였어요. 식당에서 음식 시킬 때만 해도 아저씨의 표정이 좋으셨고, 처음 자기 찻잔과 계란 후라이가 안 나왔을 때에도 표정이 괜찮았는데 계산에서는 정말로 짜증이 나신 것 같았어요.


기사 아저씨께서는 여기에서 하룻밤 자고 갈 수도 있다고 했어요. 저 역시 자고 가고 싶었어요. 만약 자고 간다면 저녁으로 식당에서 바베큐를 먹을 수 있다고 했어요. 저 역시 진심으로 자고 가고 싶었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호숫가를 걷고 돌아다니고 사진 찍으며 놀다가 저녁에 바베큐를 먹고 호수에서 밤하늘을 보다가 잠을 자면 정말로 아름다운 밤이 되겠죠. 하지만...


너무 추워!


여기는 산 속. 깊은 산 속이기도 하고 높은 산 속이기도 했어요. 밤이 되면 엄청 추울 것이 뻔했어요. 우리들은 산에 갈 생각이 원래 없었기 때문에 방한을 위한 옷은 하나도 준비해오지 않았어요. 만약 여기에서 잔다면 밤에 예전 '겨울 강행군'에서의 알바니아 지로카스트라의 악몽이 재현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래는 두샨베에서 후잔드로 넘어갈 때 이스칸다르 쿨에서 1박 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대요. 하지만 밤의 추위를 버틸 자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그냥 빨리 이스타라브샨으로 넘어가겠다고 했어요.


밥을 먹고 다시 나가는 길. 이때는 길 사진을 열심히 찍었어요.



산사태 방지를 위해 방벽을 쌓았는데 산사태에 무너져 버렸어요.



다시 내려갑니다.


이게 길인지 그냥 길이라고 땅에 그려놓은 것인지...사진으로는 잘 나타나지 않지만 바로 옆은 낭떠러지에요.


풍경은 예술. 교통만 좋다면 정말 최고인데 길이 진짜 엉망이라는 것이 문제. 그리고 위치도 매우 애매했어요.


누구를 위한 정거장인가?


기사 아저씨께서는 이 동네가 차가 아예 안 들어오는 동네라서 마을 사람들은 큰 길까지 몇 시간 걸어서 나가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정거장은 있었어요. 대체 누구를 위한 정거장일까요?


산사태 보이시나요? 저렇게 산이 무너져 내리기 때문에 이스칸다르 쿨까지의 길이 매우 나쁜 거랍니다. 길이 없거나 대충 땅에 그린 게 아니라 길은 있는데 산사태가 나서 유실되고 자갈이 쌓여 엉망이 된 부분이 꽤 있었어요. 산사태 방벽까지 쌓아 놓았고 타지키스탄에서 유명한 휴양지인데 제대로 된 도로가 없다면 그게 이상한 것이죠. 그리고 땅에 그냥 그려놓은 길이라고 하기에는 길 상태가 좋았어요.


산사태가 난 산과 강을 옆에 끼고 걸어가는 아이.


다시 큰 도로로 나왔을 때 우리 모두 아저씨를 위해 박수를 쳐 드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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