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갈 때마다 수입 식품 가게를 들리곤 해요. 가게에서 팔고 있는 상품들에 큰 변화가 일어나는 일은 별로 없지만, 잘 보면 가끔 조금씩 변화가 있거든요. 있던 상품이 없어지기도 하고, 못 보던 새로운 상품이 들어오기도 해요. 어느 순간 특정 국가 상품이 확 풀렸다가 사라지는 일도 있구요. 그래서 갈 때마다 가볍게 살 것 있으면 사고 없으면 그냥 나온다는 식으로 구경을 하러 가게에 들어가요.


이날도 마찬가지였어요. 큰 기대는 전혀 하지 않았어요. 과자쪽에서는 그렇게 눈여겨볼만한 것이 보이지 않았어요. 인도, 파키스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과자도 있고,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과자들도 있었어요. 예전에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베트남 과자를 신기해서 잘 사먹곤 했지만, 요즘은 워낙 많이 들어와서 어지간하면 잘 사먹지 않는 편이에요. 특히 인도네시아 과자는 질이 참 들쭉날쭉하구요. 짠맛이 뭉쳐 있는 부분도 있고, 분명 같은 과자인데 이것이 같은 과자 맞나 싶을 때도 있어요. 게다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과자는 굳이 이태원이 아니라도 수입 과자 할인점 가면 흔히 찾아볼 수 있구요.


"특별한 과자 어디 없나?"


과자들을 천천히 살펴 보았어요. 작고 빨간 쿠키 봉지가 하나 보였어요. 처음 보는 과자였어요. 지금까지 수입 과자 파는 가게에서 본 적이 없는 것이었어요.


"이거 어느 나라 것이지? 인도네시아인가?"


인도네시아 과자라면 바로 내려놓을 생각이었어요. 그러나 봉지만 보아서는 이것이 인도네시아 과자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어요. 일단 생산 국가가 어디인지 확인해보기 위해 좁쌀만한 글자들을 유심히 살펴보았어요.


"어? 이거 뭐야?"


생산 국가는 아랍에미리트. 그런데 그 옆에 더욱 놀라운 것이 적혀 있었어요. 바로 수입 국가 예멘.


'이건 아랍에미리트 과자야, 예멘 과자야?'


이런 희안한 과자는 처음이었어요. 아랍에미리트에서 생산한 예멘 수출용 과자. 이것이 어째서 우리나라에 흘러들어왔는지 모르겠어요. 물론 이런 경우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에요. 동남아시아 과자 중 일본 수출하려고 만든 것들 중 우리나라로 흘러들어온 것들이 있거든요. 수입 과자 상점 가보면 일본어로 적혀 있어서 일본 과자인가 싶어서 집어보면 원산지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인 과자가 있어요. 이거는 그래도 이해가 되요. 일본 과자도 많이 수입해오고, 동남아시아 국가 과자들도 많이 수입해오니까요. 그런데 이건 쌩뚱맞게 아랍에미리트 생산에 예멘 수출용. 이것이 어떤 과정을 통해 흘러들어왔는지 자체가 매우 궁금했어요.


그래서 구입했어요.


이렇게 해서 이번에 먹어본 과자는 아랍에미리트에서 생산한 예멘 수출용 과자인 Tiffany 의 Nutty Bites Cashew 에요. 이건 아랍에미리트 과자라고 해야할지 예멘 과자라고 해야할지 잘 모르겠어요.


과자 봉지는 이렇게 생겼어요.


아랍에미리트, 예멘 과자 - Tiffany - Nutty Bites Cashew


잘 보이지 않지만 윗쪽에 유통기한이 아랍어 숫자로 찍혀 있어요.


아랍에미리트 과자


이렇게 아랍어가 적혀 있어요.


예멘 과자


오른쪽 아래에 아랍에미리트 생산이 적혀 있고, 오른쪽 끝에 예멘 수입이 적혀 있어요.


봉지를 뜯었어요.


아랍에미리트 쿠키


딱 10개 들어 있었어요. 이것이 1600원이었으니 하나당 160원.


앞면은 이렇게 생겼어요.


예멘 쿠키


뒷면은 이렇게 생겼어요.


아랍 쿠키


너무 평범하다.


아랍 과자라 해서 일단 엄청나게 달지 않을까 했어요. 아랍인들이 달다고 하는 것은 정말로 무지막지하게 달거든요. 그래서 이것도 많이 달 줄 알았어요. 그러나 별로 달지 않았어요. 우리나라 버터링 쿠키보다도 덜 달았어요.


이름에 cashew 라고 적혀 있어서 견과류 향이 진하게 날 줄 알았어요. 그러나 견과류 향은 별로 나지 않았어요. 처음 입에 넣을 때만 조금 느껴졌고, 씹어먹기 시작하면 그 향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어요. 캐슈넛이 아무리 땅콩보다 향이 약하다지만 이건 견과류가 스쳐지나간 과자였어요.


간단히 요약하면, 그냥 평범한 쿠키였어요.


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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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독특한 수입과자군요
    저는 요새는 과자먹으면 속이 더 안좋아져서 자제하고 있어요 ㅠㅠ
    그리고 역시.. 수입과자는 제 입에 안맞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사실 중국과 일본도 한국인들 입맛과는 조금 다른데, 더 먼 나라들은 오죽할까요.
    이번 주 춥다고 하네요 좀좀이님 건강 조심하세요~

    2018.01.09 00:4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수입과자는 복권 같아요. 입에 맞는 건 상당히 맛있는데 안 맞는 건...그냥 세계에는 참 다양한 사람과 문화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죠^^;

      2018.02.06 04:35 신고 [ ADDR : EDIT/ DEL ]
  2. 과자 뒷면에 있는 하얀 덩어리가 캐슈넛인가요??땅콩이나 호두에 비해서 단가가 비싼 재료인데 저렇게 눈에 보이게 넣어주었다니 감지덕지하군요 ㅋㅋㅋㅋㅋ

    2018.01.09 11:2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비밀댓글입니다

    2018.01.09 22:04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