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몰타 방랑기 (2009)

몰타 최상급자 코스 - 01. 오르미

좀좀이 2012. 5. 8. 07:54
728x90

모든 게임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에요. 몇몇 게임은 엔딩이 여러 개인데, 가장 보기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나마도 스토리도 긴 엔딩이 배드엔딩인 게임들도 있어요.


여행도 그런 거 같아요. 한 지역에 너무 오래 머무르다보면 점점 좋은 점보다 나쁜 점을 많이 보게 되요. 정말 도착하자마자 나쁜 현지인들에게 당하는 일을 겪거나 정말 도시 자체가 별 볼 것 없고 최악이지 않다면 대체로 시간이 흐를수록 처음 느꼈던 좋은 감정은 서서히 옅어지고 나쁜 것들을 보게 되며 나쁜 감정이 점점 자라나는 것 같아요. 일정에 쫓기지 않는다는 전제 조건 하에서 최후의 선택지는 사람들이 좋아서 오래 머무르게 되거나 새로운 곳을 향해 떠나거나 둘 중 하나일 거에요.


제 생각에 실제 최상급자 코스까지 가는 사람은 몰타에서 영어를 배우는 사람일 거에요. 일반 관광객이라면 이곳에 갈 일이 없어요. 몰타로 영어연수 간 사람들조차 최상급자 코스는 보통 안 가요. 왜냐하면 정말 별 볼 일 없는 곳이기 때문이죠. 몰타인들조차 특별한 곳으로 생각하지 않구요.


그래서 최상급자 코스를 시작하는 것은 저 역시 추천하지 않아요. 물론 제가 이 몰타와 관련된 연재물에서 몰타의 모든 지역에 대해 소개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에요. 몰타에 있는 동안 모든 버스 종점에 다 가보았지만 정말 소개할 가치가 전혀 없는 곳, 버스로 지나가는데 내릴 가치가 전혀 없는 곳은 아예 다 빼었어요. 서울을 소개하는데 서울에 있는 모든 동을 다 소개해야할 필요는 없죠. 거기에 뭔가 특별한 맛집이나 건물이라도 하나 있다면 모를까요.


몰타 최상급자 코스에서는 너무 큰 기대를 하지 마세요. 이제부터는 진짜로 관광지가 절대 아니랍니다. 그리고 슬프게도 이제부터는 배드엔딩을 향해 달려가는 코스이기도 합니다.


몰타 최상급자 코스에서 가장 먼저 소개할 곳은 오르미 (Qormi)입니다. 이곳은 몰타에서 빵이 유명한 곳이죠. 하지만 몰타의 빵은 잘 안 알려져 있어요. 그리고 큰 특색도 없구요. 몰타에서 유명한 것은 단연코 와인. 몰타의 와인은 우리나라에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매우 품질이 좋기로 유명하답니다. 국제 대회에서 상을 탄 와인도 있죠. 가게에 가면 몰타 와인 종류가 매우 다양해요. 싼 것은 엄청나게 싸요.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4유로 정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몰타에서 삼겹살을 구워먹고 싶을 때에는 좋든 싫든 와인 삼겹살을 만들어 먹었어요. 가장 싼 와인과 두툼한 베이컨을 사 와서 베이컨을 와인에 집어넣어요. 어차피 맛없어서 못 먹는 와인이기 때문에 조금씩 부어서 양념처럼 재우는 것이 아니라 베이컨을 와인에 빠쳐버려요. 이렇게 해야 소금기가 빠져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세계적으로 짜게 먹는다고 생각하지만 음식 하나만 놓고 보면 유럽 음식들이 훨씬 짜요. 베이컨도 마찬가지에요. 그냥 보면 삼겹살처럼 생겨서 맛있어 보이지만 막상 구워서 먹어보면 너무 짜다 못해 쓴 베이컨이 흔하디 흔해요. 그래서 포도주로 소금기를 씻어먹는 거죠. 절대 좋아서 와인 삼겹살을 만들어 먹었던 게 아니에요. 그렇게 안 하면 도저히 짜서 못 먹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거죠.


특별히 생각나는 몰타의 빵이라면 발레타 편에서 소개했던 '타무르'라는 도넛 정도에요. 그 외에는 그다지 인상깊은 것이 없었어요. 몰타의 유명한 전통 요리라면 토끼 고기 요리이구요. 뭐 이 정도에요. 비용과 맛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음식은 없었던 것 같아요.


즉, 오르미는 여기에서 나오는 빵이 유명하다는 것 외에는 정말 아무 것도 없는 마을이에요. 하지만 버스 종점이기도 하고 그나마 돌아다닐만한 마을이기 때문에 소개합니다.



평범한 몰타의 마을답게 마을 한가운데에 있는 버스 종점 근처에 성당이 있어요. 말이 좋아 버스 종점이지 그냥 길가에 버스를 세워놓는답니다.


이것은 성당 설명이에요.


오르미 거리 사진들이에요.




여기도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것들이 있어요.


얼핏 보면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인데...


"오지 말랬잖아!"


백설공주 화나셨네...




무언가 특색이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그저 걷습니다.





특색이 있다고 한다면 특색이 있겠지만 크게 특별한 점을 찾기는 어려워요.


굳이 오르미에서 볼 것을 꼽아보자면 공동묘지가 있어요. 몰타의 공동묘지는 어떤지 보기에는 딱 좋은 장소에요.




가보고 싶으신가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