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 기적과 저주

[자작 판타지 소설] 기적과 저주 - 2장 09화

좀좀이 2017. 9. 1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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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판타지 소설] 기적과 저주 - 2장 09화


 확실히 시위가 크게 발생하니 책 수거할 일이 확 줄어들었다. 책을 볼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전부 시위에 신경이 팔려 있어서 그런 것일까? 시위가 시작된 이후부터 책을 빌려가는 사람이 없다. 책을 사가는 사람이야 원래 별로 없었고 대부분 책을 빌려가는 사람들이었는데 그나마도 없으니 서점에 일이 정말 없다. 가만히 앉아있기 민망할 정도다. 일이 너무 없어서 이렇게 있다가 돈을 받아가도 되나 싶을 정도다. 이런 날이 계속 있으면 좋을 것이 없다. 그래도 가끔 책 수거하러 돌아다니기도 하고 다른 일도 있고 해야 이렇게 쉬는 날이 있을 때 운 좋은 날이라고 하지, 대놓고 계속 일이 아무 것도 없으니 신경이 안 쓰일 래야 안 쓰일 수 없다. 지금 정도라면 이고가 나와 라키사 모두 해고하고 혼자 서점을 보아도 충분하다. 아니, 이고도 일이 없지? 그냥 서점 문 닫는 것이 나을 지경이다.


 '시위가 끝나야 사람들이 조금 오려나?'


 에드자 대학교 폐교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클 거다. 아무래도 학생들이 책을 잘 빌려갔으니까. 하지만 책을 빌려가는 모든 사람이 학생들은 아니다. 일반인들도 책을 빌려간다. 그런데 그 사람들조차 책을 빌리러 서점에 오지 않는다. 학교가 폐교당하고 시위가 발생한 날이 9월 10일. 오늘은 9월 18일. 벌써 9일째 시위중이다. 시위가 정말 오래 간다. 이러다 진짜 만성 시위 되는 거 아니야? 모두가 습관적으로 시위를 하는 거야. 나중에는 왜 시위를 하는지도 모르고 시위를 하구. 이쪽은 좀 나은 상상이다. 이렇게 돌아간다면 차라리 나을 거다. 아쉽게도 지금 상황은 이 상상과 전혀 반대다.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는 것 같다. 이제는 어디를 가나 사람들이 다 시위 이야기를 한다. 라짐 마이슈프의 인식론 교육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글자도 모르는 사람들조차 시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모두가 저주술이 우월한 것인지 마법이 우월한 것인지 떠들고 있다.


 이 상황이 솔직히 좀 우습다. 문제가 된 것은 라짐 마이슈프의 인식론 강제 교육이다. 이것 때문에 학생들끼리 싸우다 학교가 폭발해서 불타버리고 폐교당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어보면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은 그렇게 많아보이지 않는다. 거창한 정의니 자유니 진리니 하는 소리만 해댈 뿐이다. 라짐 마이슈프의 인식론이 매우 싫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토론하는 것을 들어보면 인식론이 옳은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대체 저주술은 왜 참다운 진리이고 정의이며 자유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단 하나도 없다. 모두가 저주술은 무조건 참다운 진리이자 정리이자 자유라고 전제를 하고 이야기할 뿐이다. 저주술 때문에 독립한 것 알고 있고, 저주술이 마딜인의 정신, 역사, 문화의 두껍고 튼튼한 핵심이자 기둥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런데 왜 저주술이 마법보다 낫다고, 인식론은 완벽히 틀린 내용이라고 시원하게 밝힌 사람은 아무도 없다. 솔직히 저렇게 떠들어대는 사람들 중 라짐 마이슈프의 인식론을 읽어본 놈은 몇 명이나 되고 저주술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전부 라짐 마이슈프의 인식론도, 마딜인들의 저주술도, 다른 나라들의 마법들도 - 그 어떤 것도 아무 것도 모르면서 떠들어대는 것일 거다. 그러면서 또 열심히 떠들어댄다. 아주 저주술스럽다. 모두가 존재한다고 알기는 하는데 정확히 그것이 무엇인지 아는 놈이 하나도 없다. 그냥 상상이 현실이 되면 그게 다 저주술이라고 한다. 지금 사람들의 상황도 딱 이 저주술과 같아보인다. 이러니 라짐 마이슈프의 인식론을 정부에서 강제로 가르치려고 들지.


 물론 이런 말을 입 밖으로 내뱉으면 사람들에게 맞아 죽을 수도 있다. 아닌가? 나야 피는 아드라스인이니 치롤라가 이고에게 이야기했던 것처럼 '외국인'이라고 할 건가? 내 육체가 이럴 때는 꽤 좋구나. 불리한 상황에서는 '외국인'이라고 알아서 나를 보호해주니까. 이 외모 때문에 짜증나는 일을 많이 겪었다. 내가 에드자에 오려고 발악했던 이유 중 하나도, 셀베티아어 전공을 선택한 이유도 모두 그 기원은 이 외모에 있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내가 '외국인'이라는 증거일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렇다. 게다가 아다비아도 전에 저주술에 대해 짜증냈잖아. 아다비아도 나처럼 외국인이라구? 말도 안 된다. 아다비아는 누가 봐도 마딜인이다. 라키사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걔는 나처럼 저주술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하지 못하지 않을까? 라키사는 다른 마딜인들과 똑같이 저주술은 무조건 정의, 자유, 진리라는 전제를 깔아놓고 생각을 시작하는 거 아냐?

 어쩌면 내가 집에서 먹었던 아드라스인의 음식들 때문에 이렇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부모님께서 마딜어는 유창하게 구사하셨지만 자기들끼리는 아드라스어로 대화를 나누셨다. 그리고 어머니께서 차린 식탁의 음식들은 아드라스인의 음식이었다. 어렸을 적에는 그것을 몰랐다. 나중에 친구들 집에 놀러가서 밥을 얻어먹으면서부터야 우리집 음식이 다른 집 음식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더 나중에서야 그게 아드라스인의 음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마딜인들과 내가 집에서 먹은 음식이 달라서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걸까?


 '어서 시위 좀 끝나라. 폐교령도 철회되구.'


 교수가 수업 더 이상 듣지 말라고 명령한 그 연구실의 그 순간. 그 순간이 지금보다 훨씬 행복한 것이었다. 그때는 그래도 어떻게든 열심히 하면 될 거라는 실낱같은 희망이 있었잖아. 그때 기적이 한 번 일어나서 아다비아가 서점에 찾아와 내 공부를 도와주었다. 그리고 기적이 한 번 더 일어나서 아다비아와 라키사가 시험 답안 준비를 도와주었다. 그 기적으로 끝이 아니었다. 아다비아와 라키사가 나올 거라고 예상한 문제가 그대로 나왔고, 라키사가 도와준 답을 적어서 시험을 통과했다. 그렇게 기적이 연속적으로 일어났다. 강의실에서 모두에게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하는 것은 정말 괴로웠다. 그러나 이렇게 기적이 연달아 일어나서 그 불행을 극복해냈다. 그 기적들은 내가 예상했던 일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으니 하나씩 나를 향해 찾아왔다.


 지금은 그 반대지. 라짐 마이슈프의 인식론이 의무적으로 배워야하는 것이 되었다. 이것이 첫 번째 저주. 인식론 강제 교육 찬성파와 반대파가 싸우다 학교가 폭발해서 홀라당 불타버렸다. 이것이 두 번째 저주. 이 사건으로 인해 학교가 폐교당했다. 이것은 세 번째 저주. 그리고 시위가 9일째 지속되고 있다. 나날이 그 규모가 커지고 있고, 서점에 책을 빌리러 오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서점에 일이 아예 없고, 나와 라키사가 해고되고 서점은 결국 문을 닫는 것 아닌가 하는 불길한 예감이 점점 현실이 되어가는 것 같다. 이것이 네 번째 저주. 어떤 놈이 누구에게 무슨 앙심을 품고 있어서 이렇게 지독한 저주를 건 거야? 저주를 걸었으니 이것도 저주술이네. 누구한테 걸은 저주술인지 몰라도 돼. 왜 내가 거기 엮여서 같이 저주를 당해야 하는데?


 진심으로 제발 시위부터 어떻게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이렇게 시위가 진행되는 동안 학교에 내려진 폐교령이 취소될 일은 절대 없을 거다. 시위가 어떤 쪽으로든 끝나야 그 다음에 폐교령이 취소되기를 기다려볼 수라도 있을 거다. 시위대가 이긴다면 바로 폐교령이 취소될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 시위가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면 시위대가 이겨도 바로 폐교령이 취소될 것 같지는 않다. 솔직히 학교에 라짐 마이슈프의 인식론 강제 교육을 찬성하는 무리와 반대하는 무리의 수가 비등비등했잖아. 게다가 단순히 이들이 충돌해서 폐교령이 내려진 것이 아니라 학교의 모든 건물이 불타버렸구. 그래도 정부가 이기는 것보다는 보다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빨리 시위가 끝나서 폐교령이 취소되고 서점에 손님들이 예전처럼 와서 책을 빌려갔으면 좋겠다. 그래야 서점에서 일하며 돈도 벌고 학교도 졸업하고, 그래야 이 나라를 떠나 셀베티아 왕국으로 건너가지. 셀베티아 왕국에서는 이런 일을 겪을 일이 전혀 없지 않을까? 그 나라는 저주술을 잔인하게 탄압하는 국가이니 우리 나라처럼 '저주술'을 놓고 서로 다툴 일은 없을 거다. 그 나라는 그 나라 나름의 갈등 요소가 존재할까? 그래도 우리보다는 훨씬 나은 요소를 놓고 훨씬 발전된 방법으로 다투지 않을까?


 '시험 통과를 확인한 날이 내 인생 최고의 날이었다니! 왜 그날 이후 계속 안 좋은 쪽으로만 일이 돌아가는 거야?'


 시험 통과를 확인하고, 아다비아가 내 손을 잡고 식당과 찻집으로 데려가던 그 순간이 내 인생의 최고 순간이었다는 사실이 슬프다. 그 이후부터 계속 안 좋은 일만 생기는 것 같다. 좋은 일이라고는 라키사가 서점에서 같이 일하게 된 것 정도랄까. 그것을 제외하면 모든 일이 다 나빴어. 이제 밑바닥까지 내려온 걸까? 이제 다시 좋아지는 일만 남은 걸까?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이제 더 나빠질 일이 또 뭐가 더 있을까 싶다. 설마 이 서점마저 문을 닫는 것은 아니겠지? 서점이 폐점하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서 고향으로 낙향해야 하는 일까지 내게 닥치지는 않겠지? 제발 그런 상황까지 닥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말로, 진심을 다해서 그런 일과 목도하는 일만큼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 아니, 발생해서는 안 된다. 내가 여기까지 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데!



 서점 문을 닫을 시각이 거의 다 되었다. 이고는 아무 말 없이 책만 읽고 있다. 오늘 서점에 손님이 단 한 명도 오지 않았다. 책 수거하러 가야 할 일도 없다. 이제 대출 건수도 0건이다. 돈 들어올 구멍이 아예 없다. 이고도 속이 탈 거다. 직원은 한 명 더 뽑았는데 장사는 오히려 더 안 되고 있으니 말이다. 이고가 속이 타는 것을 감추려고 책장을 넘기는 건지, 아니면 정말로 책을 읽고 싶어서 읽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쩌면 둘 다 해당하려나? 답이 없으니 책에서라도 답을 찾아보려고 말이다.


 서점 문이 열렸다. 정말 반가운 소리다. 기쁜 마음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서점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루즈카였다. 내색하지 않으려 했지만 어쩔 수 없다. 밝은 표정을 지으며 벌떡 일어났지만 들어온 사람이 루즈카라는 사실에 얼굴 근육에서 힘이 쭉 빠져나갔다.


 "누구 기다리고 있었어?"

 "손님요."

 "손님 없어?"

 "예. 아무도 안 와요."


 루즈카가 내 표정 변화를 보고 물어본 말에 힘없이 대답했다. 이렇게까지 손님이 없는 경우는 처음이다. 방학때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이고는 읽던 책을 덮고 고개를 들어 루즈카를 쳐다보았다. 루즈카도 얼굴이 밝지 않다. 이고와 무슨 이야기를 나눌 것이 있어서 서점에 왔겠지? 그거 말고는 루즈카가 서점에 오는 일이 없으니까. 다시 자리에 앉았다. 루즈카는 나를 향해 걸어왔다.


 "타슈갈, 너 치롤라랑 친하니?"

 "치롤라요? 그렇게 막 친하지는 않아요."

 "그래? 그래도 좀 친하게 지내지 않아?"

 "그럭저럭 지내요."


 루즈카는 내 앞에 오자마자 내가 치롤라와 친하냐고 물어보았다. 뜬금없이 그것은 왜 물어봐? 치롤라와 사이가 나쁘지는 않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그때 서점에 와서 같이 시위하러 나가자고 했을 때 안 나간 것에 치롤라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니까. 그 일 전에는 치롤라와 특별히 친하게 지내는 것까지는 아니었지만 관계가 나쁜 것은 아니었다. 치롤라는 얼굴을 보기 어렵고 말을 나눌 기회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 보면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어색하지 않게 대화를 나누는 사이이기는 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자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어봤어야 서로 친하든 말든 이야기를 하지. 어쨌든 사이가 나쁜 편은 아니었다.


 "너 요즘 치롤라 본 적 있니?"

 "며칠 전에 본 적 있어요."

 "그래? 치롤라 여기 자주 놀러오니?"

 "아니요. 걔 서점에 그렇게 자주 오지 않아요."

 "걔 여기 와서 무슨 이야기했어?"

 "시위하러 같이 가자구요. 그런데 영 내키지 않아서 안 갔어요."


 루즈카는 내 대답을 듣더니 살짝 인상을 쓰며 잠시 입을 다물었다. 고개를 숙이고 계산대를 바라보며 무언가 잠시 곰곰히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너 치롤라 보이면 시위 좀 그만 나가라고 말려줄 수 있어?"

 "저요?"

 "응. 너는 치롤라와 그래도 친하잖아."

 "예? 그건 저도 무리일 거 같아요."

 "타슈갈, 부탁할께."


 루즈카가 내 두 눈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말했다. 루즈카의 표정에 장난기라고는 먼지 하나의 무게만큼도 존재하지 않았다. 정말로 아주 진지하게 부탁하는 얼굴이다. 하지만 나라고 별 수 있나. 치롤라는 라짐 마이슈프의 인식론 찬성파와 반대파가 처음 건물 앞에서 대치할 때부터 참여하고 있었다. 지금은 아예 시위에 푹 빠져있을 거다. 전에 서점 왔다가 이고와 한 판 붙고 나갔고, 나와 라키사의 반응을 보고 크게 실망하는 티를 확실히 내고 나갔다. 걔가 다시 서점에 올 일은 시위가 끝나기 전에는 없을 거다. 치롤라를 만나려면 시위 현장에 나가야겠지. 치롤라를 만나러 시위현장에 갔다 치자. 거기에서 뭔 수로 치롤라에게 시위에 그만 참여하라고 이야기해? 그 분위기 속에서 치롤라에게 시위 그만 참여하라고 말했다가는 내가 맞아죽을텐데!


 "아마 제 말 안 들을 거에요."

 "알아. 그래도 부탁할께."

 "예."


 루즈카가 간곡히 부탁했다. 대놓고 안 된다고 대답할 수 없어서 대답하기는 했다. 그렇지만 치롤라가 내 말을 들을 리가 없다. 오히려 나를 시위에 참여하라고 설득하려 들 거다. 이고가 이 서점에 있는 한 이 서점에 오려고 하지도 않을 거구.


 "그런데 루즈카는 시위 참여 안 하세요?"

 "응. 그래서 며칠 동안 치롤라와 많이 다투었어. 치롤라에게 시위 참여하지 말라고 했거든. 결국 그저께 치롤라가 짐을 싸들고 내 집에서 나갔어."

 "치롤라랑 시위 가담 때문에 다투셨어요?"


 루즈카는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루즈카는 저주술사잖아? 당연히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줄 알았다. 그런데 오히려 치롤라에게 시위 참여하지 말라고 했다구?


 "루즈카는 저주술사 아니세요? 그런데 왜 시위에 참여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루즈카라면 당연히 시위에 참여할 줄 알았어요."

 "내가? 왜 그렇게 생각했니?"

 "라짐 마이슈프의 인식론이 저주술을 비난해서요."

 "그러면 꼭 시위에 참여해야 하니?"

 "아...그건...죄송해요."

 "아니야. 너만이 아니라 다들 그렇게 생각하니까."


 다행히 루즈카가 내 말에 기분 나빠하는 것 같지 않았다.


 "저주술사들이라면 그 책 보고 분노해서 당연히 시위에 참여할 줄 알았어요."

 "그 책이 기분나쁜 것은 맞아. 그런데 그 책 내용이 다 틀린 것은 아니야. 저주술이 아직까지 정립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니까."

 "그렇네요."

 "아무리 화가 난다고 해도 지금은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해. 폭력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모르면서 그러니 더 답답하고."

 "예?"


 루즈카가 폭력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사람들이 몰라서 답답하다고 하자 깜짝 놀랐다. 루즈카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한 거지? 이고가 전에 이야기한 것이 문득 떠올랐다. 이고는 표현이 훨씬 거칠었지만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다.


 "루즈카는 폭력의 무서움을 아세요?"

 "응."

 "어떻게요?"

 "나는 전쟁을 직접 겪어보았으니까."


 아, 맞다! 루즈카라면 전쟁을 직접 겪어봤을 거다. 남쪽에서 올라왔다고 했었으니까 전쟁을 더욱 확실하게 경험해봤겠지. 그런데 치롤라는 지금 시위가 매우 평화적이라고 했다. 실제로 시위 현장에서 충돌이 발생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도 못했고. 루즈카는 이 시위가 어떻게 될 지 알고 있다는 건가?


 "치롤라는 시위 현장이 매우 평화롭다고 했어요."

 "언제까지 그럴지는 아무도 몰라. 갑자기 상황이 변할 수 있어. 정부가 언제까지 가만히 있을 거라 생각해?"

 "그래도 폭력적이지 않으면 그냥 있지 않을까요?"

 "폭력적인지 아닌지는 우리가 판단하는 게 아니야. 그들이 판단하는 거지."

 "그러면 루즈카는 언제든 정부가 무력으로 진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에요?"

 "응. 충분히 가능해. 전쟁때도 그랬으니까."

 "지금은 전쟁이 아니잖아요."


 루즈카가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내 이야기를 들으며 정말 답답한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쟁 상황이 아니잖아? 정부도 마딜인이고 시위대도 마딜인인데.


 "타슈갈, 그건 우리가 판단할 일이 아니야. 가하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할 것이 아니라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야 해."


 루즈카 말이 잘 와닿지 않지만 입을 다물었다. 이야기 더 해봐야 내가 시위 옹호하는 사람처럼 비치기나 할 거다. 시위를 못마땅하게 보고 있는데 말이 계속 시위를 옹호하는 것처럼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참 우습다.


 "루즈카, 치롤라 때문에 서점에 온 거야?"


 이고가 루즈카에게 물어보았다.


 "예. 오빠 치롤라와 다투셨다면서요?"

 "응."

 "제가 대신 사과드릴께요. 걔가 아직 많이 어려요."

 "아니야, 괜찮아. 네가 잘못한 것 없잖아. 그나저나 걔가 거기서 잘 빠져나와야 할텐데."

 "걔 때문에 속상해요. 진짜 저러다 잘못 되면 어쩌려구..."

 "설마 별 일 있겠어. 너무 걱정하지 마."


 이고는 루즈카를 달래었다. 루즈카가 나가자 이고가 한숨을 쉬더니 서점 문을 닫고 방으로 들어갔다. 나도 방으로 들어갔다. 이고는 아무 말이 없다. 나도 딱히 할 말이 없다. 이고는 신경 많이 쓰이겠지? 치롤라 자체야 이고가 별로 신경쓸 것 같지 않지만, 루즈카가 저렇게 걱정하고 있으니 말이다. 루즈카가 치롤라를 에드자로 데려왔으니 더욱 많이 신경쓰일 거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걸. 그렇게 시위에 열심히 참여중인 애를 뭔 수로 설득해? 루즈카가 내게 부탁하기는 했지만 나라고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치롤라가 시위 현장에서 무언가를 깨닫고 스스로 빠져나오기를 바라는 수 밖에.



 오늘도 아침부터 지금까지 손님이 단 한 명도 없다. 이고도 라키사도 조용히 책만 읽을 뿐이다. 더위가 한풀 꺾여서 그렇게까지 덥지 않다. 밖에 돌아다닐 일도 없고 안에서 할 일도 없으니 시간 감각이 점점 없어지는 것 같다. 달력을 보았다. 오늘은 1115년 9월 19일. 개학한지 벌써 19일째. 하지만 이제는 의미없는 개학. 9월도 벌써 2/3이 지나가는구나. 올해는 이 상태로 흘러갈 건가?


 "인식론 교육 폐지하라!"

 "현 정부는 물러나라!"

 "자유 만세!"

 "진리 만세!"

 "저주술 만세!"

 "마딜인 만세!"


 조용한 오후 길거리. 멀리서부터 사람들 고함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뭐야?"


 밖으로 나가보았다.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한둘이 지르는 소리가 아니다. 거대한 군중이 질러대는 소리다. 저놈들이 왜 이쪽으로 몰려오지? 서점 안으로 들어갔다. 이고 표정이 아주 어두워졌다. 코를 향해 얼굴이 몰리는 것처럼 인상을 지독하게 쓰고 있다.


 "라키사, 너 지금 당장 집으로 돌아가. 오늘 나오지 말구."

 "응?"

 "시위대 행진 시작했나보다."

 "별 일 없지 않을까?"

 "몰라. 내 예상이 틀렸으면 좋겠지만...어쨌든 빨리 집으로 가. 오늘 절대 밖에 나오지 말구. 서점 문 닫아야겠다."

 "나도 그냥 여기 있으면 안 돼?"

 "지금 서점 문 닫을 거라니까. 혹시 모르니 어서 집으로 돌아가."

 "괜찮아. 나도 여기 있을래."

 "네가 여기 왜 있어? 서점 문 닫을 거라니까. 너 친척들과 산다고 했잖아. 친척분들 걱정하실라. 어여 가."

 "나? 이제 혼자 살아. 이고 말대로 위험하다면 여기 있는 것이 더 안전한 거 아니야?"


 이고는 라키사에게 얼른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그러나 라키사는 오히려 자기도 서점에 남아 있겠다고 주장했다. 이고는 라키사가 이제 혼자 산다는 말에 조금 놀랐다. 나도 이것은 지금 처음 알았다. 지금까지 라키사가 계속 친척집에 얹혀사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상할 것은 없다. 자기가 친척집에서 나와서 혼자 살고 있다는 것을 나와 이고에게 반드시 말해주어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라키사가 지금 혼자 산다는 말에 이고가 정 원한다면 여기 남아 있으라고 이야기했다.


 서점 문을 모두 잠갔다. 촛불을 켠 후, 창문도 잠갔다. 안이 껌껌했다.


 "별 일 없겠지?"

 "없을 거야. 제발 없어야지."


 창밖으로 사람들이 외쳐대는 소리와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대체 얼마나 많은 인원이 시위에 참가한 거야? 불규칙한 발자국 소리가 끝없이 닫힌 창문을 뚫고 실내로 들어온다. 사람들이 계속 시위대에 몰려든다는 이야기야 여러 번 들었다. 그렇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끝없이 울려퍼지는 걸음 소리. 누군가 무언가를 외치면 사람들이 따라서 외친다. 떠드는 소리, 웃는 소리, 함성 소리도 들린다. 뭐가 좋아서 저러는 거지?


 "미친 새끼들."


 이고가 중얼거렸다. 라키사가 깜짝 놀라서 이고를 쳐다보았다. 이고는 계속 굳게 닫힌 창문만 바라볼 뿐이다. 표정이 매우 안 좋다. 저들을 증오하는 것 같다.


 저 인파 속에 치롤라도 들어 있겠지? 밖에 나가서 치롤라가 있나 살펴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치롤라를 찾아서 저 무리에서 빼낼 방법도 없구. 창문 틈으로 밖을 보고 싶다. 그러나 이고를 바라보니 그랬다가는 이고가 화를 버럭 낼 것 같다. 사람들이 계속 앞으로 걸어간다. 함성소리, 구호를 외치는 소리, 박수소리, 웃음소리. 저들도 미치고 이고도 미친 것 같다. 설마 이렇게 있는 나와 라키사도 남들 눈에는 미친 사람처럼 보이는 걸까?


 창문을 닫아서 잠가놓으니 시간이 훨씬 더 더디게 가는 것 같다. 저 인파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다. 왠지 내성을 향해 행진할 것 같다. 거기 말고는 딱히 갈 만한 곳도 없잖아? 방향도 내성을 향한 방향이고.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본다면 이 인파의 끝이 어디인지 볼 수 있을 거다. 그러면 언제까지 이 소리들을 들어야 하는지도 계산이 서겠지. 하지만 창문을 아예 닫아버렸으니 막연히 이 소리가 끝나기만을 기다려야 한다. 잠시 사람들이 걸어가는 소리가 멈추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또 함성을 지르고 구호를 외쳐댄다. 박수까지 쳐댄다. 어떤 놈이 '여러분, 힘내세요!'라고 외친다. '오늘 일 끝난 후 우리도 참여할께요!' 라고 외치는 놈도 있다. 아마 몇몇이 나와서 호응을 해주니 그 호응을 받아주느라 행진을 멈춘 것 같다.


 다시 사람들이 걸어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진짜로 내성으로 몰려갈 셈인가? 거기 가서 뭘 어쩌려고 그러지? 한참 후에야 행진하는 소리가 사라졌다.


 "저 사람들 지금 어디로 가는 걸까?"

 "내성으로 가는 것 아닐까?"


 내 말에 라키사가 대답했다.


 "그런데 내성으로 가서 뭘 어쩌려고 그러지?"

 "우리 학교 앞에서 시위하는 것으로는 효과가 없어서 그러는 걸까? 이제부터 내성 주변에서 시위하려고 말이야."

 "거기에서 시위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일단 정부 사람들 눈에 훨씬 더 잘 들어오지 않을까?"


 라키사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고가 다시 한 번 중얼거렸다.


 "죽으려고 환장한 새끼들."


 그 말에 라키사가 이고에게 발끈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런 말은 심하지 않아?"

 "응? 뭐?"

 "저 사람들도 나름의 생각이 있어서 저러는 것이잖아. 지금 싸우러 가는 것도 아니구. 그런데 그 사람들에게 죽으려고 환장했다고 하는 건 심하다고 생각해."


 이고는 라키사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창문만 계속 노려볼 뿐이다. 마치 시위대가 틀렸고, 그것을 증오한다는 것처럼.


 "우리도 저 무리 쫓아가자!"

 "이번에 뭔가 될 거야!"

 "응! 이번에는 우리 손으로 새 역사를 쓸 거야!"


 창문 너머로 남녀가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둘은 신난 것 같다. 마치 데이트를 하러 가는 것처럼, 그리고 어떤 축제를 구경하러 가는 것처럼 흥분해서 시위대 무리를 쫓아가고 있다. 시위에 참여하는 것이 뭐가 즐거워서 둘이 저렇게 즐거워하며 가는지 모르겠다.


 간간이 시위대 무리에 합류하자는 소리가 들리는 것 외에는 조용하다. 이고가 왜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모르겠다. 과민반응 아닐까? 모두가 아무렇지도 않잖아. 시위대의 행진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반응하는 건 이고 뿐인 것 같다. 창문과 문을 닫아놓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딱히 위험한 상황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고 말이다. 이제 시위대 행진도 다 지나갔으니 창문과 문을 열어도 되지 않을까? 이고를 바라보았다. 이고는 계속 창문만 노려볼 뿐이다. 서점 구석으로 갔다. 이고가 언제 서점 문을 다시 열까? 아마 내일 아침이나 되어서야 문을 열겠지? 그렇다면 라키사도 오늘은 서점에서 자야 할 거다. 이따 밤에 라키사에게는 방에 들어가서 자라고 하고 나와 이고는 서점 어딘가에 드러누워서 자야겠지? 불편하기는 하지만 오늘 하루만 그러면 될 거다. 오늘밤은 잠을 불편하게 자야할테니 지금 미리 잠을 자두어야겠다.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드러누웠다.



 얼마나 잤을까? 아까부터 실내는 깜깜했다. 어둠 속에서 손을 휘휘 저어가며 문을 찾았다. 서점에서 흘러나오는 촛불의 불빛이 보인다. 조심스럽게 걸으며 서점으로 들어갔다.


 "몇 시야?"

 "밤."


 이고가 짧게 대답했다. 밤인 거 누가 모르나. 몇 시인지 궁금한 거지.


 "타슈갈, 이제 일어났어?"

 "응. 별 일 없었지?"

 "그게..."

 "왜?"


 라키사에게 별 일 없었냐고 물어보자 말 끝을 흐렸다. 무슨 일 있었던 거야?


 "조금 전에 또 한 무리가 서점 앞을 지나갔어."

 "시위대?"

 "아닐 거야. 아무 말 없이 발걸음 소리만 많이 들렸어."

 "뭐?"


 나와 라키사의 대화를 듣던 이고가 작게 말했다.


 "그거 아마 진압하러 가는 걸거다. 조용히 끝날 리가 없지."


 조용한 밤. 설마 별 일 있겠어. 어서 아침이나 와라. 벽에 기대어 앉아 천장을 바라보았다. 별 일 없겠지? 정말로 아무 일 없겠지? 설마 별 일 있겠어. 아무 일 없을 거다. 지금까지 계속 평화로웠잖아. 시위대가 딱히 경찰을 공격하거나 하지도 않았구.


 갑자기 밖에서 사람들이 우루루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뭐야?"

 "야, 조용해!"


 이고가 바로 조용하라고 낮은 목소리로 외쳤다. 누군가 창문을 거칠게 밀어 열려고 했다. 문을 잡아당기는 소리도 들렸다. 그러나 그런 행동들이 오래 지속되지는 못했다. 몇 번 그렇게 서점의 창문과 문을 열어보려고 시도하고는 다시 달려갔다. 그리고 들려오는 비명소리. 몽둥이로 사람을 내리치는 소리. 달려가는 소리. 문을 열려고 문을 흔들어대는 소리. 또 비명소리. 몽둥이로 패는 소리. 발길질하는 소리. 무언가 던지는 소리. 비명소리. 발로 밟는 소리. 몽둥이로 패는 소리.


 '이거 뭐야?'


 라키사를 바라보았다. 라키사는 오들오들 떨고 있다. 이고를 바라보았다. 이고는 일어나서 누가 창문을 열려고 할 때마다 그쪽을 향해 몸을 움찔거리고 있다.


 "이 매국노 새끼들아!"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우리가 한 게 뭐 있다고 이래요!"


 남자들 목소리와 여자들 목소리. 그리고 이어지는 남자들 비명소리와 여자들 비명소리. 두드려패는 소리와 비명소리가 한 데 섞여서 울려퍼진다. 이거 전쟁 아니야? 아무리 시위대라지만 이렇게 무자비하게 패? 저 진압하는 놈들이 서점 문을 억지로 잡아뜯고 안으로 들어오지는 않겠지? 창문이 뜯겨나가는 거 아니야? 창문이 열리고 저들이 이 안으로 들어오면 어떡하지?


 앞으로 달려가는 소리. 그리고 사람을 질질 잡아끄는 소리. 라키사는 웅크리고 앉아 계속 오들오들 떨고 있다. 이고는 계속 창문을 주시하고 있다. 밖을 내다보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밖은 지옥이야. 절대 봐서는 안 돼. 밖이 점점 조용해진다. 두들겨처맞는 사람들이 내지르는 비명소리도 점점 멀어져가고, 거리를 달려가는 소리들도 점점 멀어져가고, 사람들을 두들겨패고 질질 끌고 가는 소리도 점점 멀어져간다.


 "다행이네."


 밖이 다시 조용해지자 이고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러면서 내뱉은 말이 바로 '다행이네'였다. 그래, 정말 다행이야. 저 지옥이 펼쳐지는 동안 우리 셋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니까. 라키사에게 다가갔다.


 "라키사, 괜찮아?"

 "어떻게...이럴 수 있지?"


 그때 이고가 라키사의 질문 같은 중얼거림에 대답했다.


 "이럴 수 있는 걸 무시한 댓가지."

 "이건...너무해."

 "어쨌든 끝났어."

 "뭐가 끝이야?"

 "시위는 끝났어. 이 정도면 운 좋은 거야."

 "뭐가 운이 좋아!"

 "다행이지. 이 정도니까."


 이고와 라키사의 대화. 이고가 왜 저렇게 말하는지 이해되기는 한다. 그래도 라키사에게 저렇게 말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라키사에게 시위에 대해 이야기해준 적은 없잖아. 이고와 루즈카, 바하르로부터 시위에 들은 나도 지금 충격이 큰데. 정말로 놀랍다. 이렇게 잔인하게 진압할 줄은 몰랐다. 창문을 열고 밖을 보고 싶다. 하지만 창문을 열을 용기가 나지 않는다. 창문을 여는 순간 지옥이 이 서점 안으로 밀려들어올 거다. 비록 상황이 끝났다지만 말이다. 어쩌면 이 고요함은 안에 숨어 있는 적을 밖으로 유인하기 위한 함정일지도 모른다.



 아침이 되었다. 이고가 촛불을 끄고 창문과 문을 열었다. 새가 맑고 명랑하게 지저귀는 소리가 들린다. 밤에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밖은 조용하다. 여기저기에서 아침 식사 준비를 하는 냄새가 거리를 돌아다닌다. 선선하고 시원한 아침 공기가 서점 안으로 들어온다. 너무나 밝고 평화로운 아침이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다. 오늘따라 파란 하늘은 더더욱 높아보인다. 새 두 마리가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며 짹짹 노래를 부른다. 부드러운 아침 햇살이 대지 위의 만물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준다. 따스한 아침 햇살의 손길을 느끼며 모두가 잠에서 깨어난다.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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