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2015)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89 라오스 비엔티안 여행 - 메콩강 야경

좀좀이 2017. 7. 27. 08:43
728x90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기로 했어요. 친구와 버스 정류장으로 갔어요.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오후 5시가 넘었어요. 버스를 탔어요.


저와 친구가 앉은 자리의 뒷자리에 동독대 여대생이 앉았어요. 왠지 영어를 알 것 같았어요.


"Do you know english?"

"Yes."


행운이 연속으로 터졌어요. 행운이 터지기 시작하니 계속 터졌어요. 라오스인 친구를 사귀는 것은 부처님 행운 마일리지가 유독 많이 필요했나봐요. 단순히 절에 가서 절만 열심히 한다고 될 일이 아니었나봐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걸어다녀야만 그 정성이 더해져서 발동하는 특수한 이벤트였나봐요. 왠지 모범생 느낌이 드는 외모라 한 번 말을 걸어본 것이었는데 영어를 할 줄 아는 대학생이었어요. 이 기회 또한 놓칠 리 없었어요. 한 번 지나간 기회는 영원히 다시 오지 않으니까요. 연락처를 교환했어요. 이 여대생도 한국과 일본을 좋아한다고 했어요. 한국 노래를 즐겨듣고 한국어를 조금씩 공부하고 있다고 했어요.


연락처를 교환한 후 정말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어요.


"교복 중 파란 셔츠와 흰색 셔츠의 차이는 뭐야?"

"파란 셔츠는 라오 인민혁명 청년단에 가입한 학생들이 입어. 월요일과 금요일에 입어."


파란 셔츠를 입은 학생과 흰색 셔츠를 입은 학생의 차이가 궁금했어요. 파란 셔츠는 이과생이고 흰색 셔츠는 문과생인가 했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요.


"나 여기에서 내려. 궁금한 것 있으면 물어봐."


라오스인 여대생이 수줍게 미소를 지으며 버스에서 내렸어요.


"영어 잘 하는 라오인 친구 두 명이나 사귀었어!"


마지막에 일어난 기적이었어요. 마음이 아주 가벼워졌어요. 좌심실이 대동맥으로 기쁨을 뿜어내었어요. 이제 다 이루었어요. 한국 돌아가서 라오스 초등학교 라오어 교과서 보다가 모르는 것이 있으면 물어볼 수 있어요. 성조가 맞는지 교과서를 읽고 확인해달라고도 할 수 있어요. 즉, 이제 한국 돌아간 후 라오어를 혼자 공부할 수 있게 되었어요! 라오어 교재 두 권을 놓고 대체 뭐가 성조와 발음이 맞는 건지 고민하던 지난 날이 떠올랐어요. 이제 그럴 필요가 없었어요. 궁금하면 라오인 친구들에게 읽어달라고 부탁하면 되요.


오후 6시 12분. 다시 딸랏싸오 버스 터미널로 돌아왔어요.


라오스 비엔티안 딸랏싸오 버스 터미널


거리에서는 바게트를 판매하고 있었어요.


라오스 바게트


이제 일정이 아무 것도 없었어요. 딱히 할 것이 없어서 메콩강변에 가서 노을이나 구경하기로 했어요.



라오스 사람들이 강변에 나와서 여가 시간을 즐기고 있었어요.



동상을 보러 갔어요.



동상 아래에는 온갖 코끼리 조각과 말 조각이 놓여 있었어요.



"라오스 사람들 운동 열심히 하네?"




정말 놀라운 광경이었어요.


여러 나라를 경험한 친한 동생이 제게 한 말이 있어요.


"형, 선진국은 일부러 시간을 내서 운동을 하고, 후진국은 시간이 남아돌면 운동을 해요."


이 말에 크게 공감했어요. 후진국은 못 먹어서 사람들이 삐쩍 골아있고 선진국은 많이 먹어서 사람들이 다 굴러다닐 것 같은 것은 이제 옛날 이야기에요. 요즘도 기아가 문제인 곳이 있기는 하나, 전 지구적으로 보면 기아에 시달리는 지역은 소수에요. 현대에 들어서 비만은 일종의 '가난병'처럼 되었어요. 잘 사는 나라 사람들은 건강에 신경을 써서 운동도 일부러 시간내서 하고 몸매 관리를 해요. 하지만 못 사는 나라 사람들은 먹기는 많이 먹는데 아직 비만이 건강의 적이라는 개념과 건강에 신경을 많이 써야한다는 생각 자체가 희박해서 비만이 많아요. 과거 고칼로리 음식을 소식하다가 음식의 칼로리는 그대로인데 이것을 과거보다 많이 섭취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비만이 증가하는 거에요. 선진국 내에서도 가난한 계층이 정크 푸드를 많이 먹어서 비만이 많아요. 그래서 친한 동생의 말이 틀린 말이 아니에요. 당장 태국만 해도 비만인 사람들이 넘쳐나요.


그런데 라오스 비엔티안 사람들은 메콩강에 나와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었어요. 친한 동생의 이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장면이었어요. 친한 동생 이론을 그대로 적용하면 라오스는 선진국이었어요.


친구와 카페로 갔어요.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고 쉬다가 8시 반에 카페에서 나와 메콩강 야시장으로 갔어요.




"오늘따라 사람 더 많은 거 같은데?"


체감상 다른 사람들의 수는 그대로고 한국인만 엄청 늘어난 것 같았어요.




밤 9시가 되어갈 때 야시장에서 빠져나왔어요. 마지막 야시장 구경이었지만 전날과 딱히 달리진 것이 없었어요.



라오스에서의 마지막 밤. 이대로 들어가기 너무 아쉬웠어요. 이제 라오어 공부가 좀 될 거 같으니 라오스를 떠나야 했어요. 태국에서 그랬고, 라오스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이제 좀 될 거 같으니 출국이었어요.


"우리 음료수나 한 잔 하고 들어갈까? 마지막 밤이잖아."

"그래."


친구도 여행이 끝난다는 것이 아쉬웠는지 제 제안을 받아들였어요.



과일 주스를 주문했어요. 과일을 믹서기에 갈아서 과일 주스를 만들어 주었어요.



경찰이 들어가서 지키고 있을 초소에 아무도 없었어요.



친구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음료수를 홀짝였어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블로그 지인분과 대화를 나누었어요. 오후 1시에 만나서 점심을 같이 먹기로 했어요.


10시가 되어갈 즈음,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우리 산책이나 조금 하다 들어갈까?"

"그래."


다음날은 정말 할 일이 없었어요. 아무 일정도 남아 있지 않았어요. 당장 내일 아침에 할 일이 없었어요. 오후 12시까지 퍼질러 자도 되었어요. 낮에는 더워서 돌아다니기 고약하니 밤에 마지막으로 산책이나 하자고 걷기 시작했어요.


"저거 뭔 중국시 건물이냐?"


중국식 건물이 눈에 들어왔어요.


'이거 화교들 건물인가?'


일단 들어갈 수 있나 가보았어요. 철창문이 굳게 잠겨 있었어요. 내부를 바라보았어요.


라오스 비엔티안 베트남 절


'이거 화교들 위한 절인가? 내일 아침에 안 더우면 여기나 가볼까.'


뒤돌아서서 나왔어요. 여기가 뭔지 궁금했어요.



"이거 뭐야? 왜 베트남어가 적혀 있지?"


CHÙA BÀNG-LONG 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이건 확실히 베트남어였어요. 베트남어로 CHÙA 가 '절'이라는 뜻이거든요. 일주문 기둥을 유심히 살펴보았어요.


"이거 베트남 절이다!"


기둥 두 개에 동그랗게 글자가 적혀 있었어요. 처음에는 한자인 줄 알았어요. 무슨 한자를 적어놓은 건가 보는데 이상했어요. 천천히 선을 따라가 보았어요. 라틴 문자였고, 성조 표시까지 있었어요. 이것은 확실히 베트남어였어요. 일주문이 온통 베트남어였어요. 확실히 베트남 절이었어요.


순간 베트남은 동남아시아지만 대승불교를 믿는다는 사실이 퍼뜩 떠올랐어요. 라오스는 상좌부 불교에요. 원래 외국인들이 자기네 사찰을 따로 만드는 경우가 흔한 경우이기도 하지만, 베트남은 라오스와 달리 대승불교를 믿으니 절을 따로 지을 이유가 차고도 넘쳤어요.


"여기 베트남 절이 왜 있지?"


길 건너 반대편에도 비슷하게 생긴 건물이 있었어요.



"이거도 베트남 절이네!"




"내일 아침에 베트남 절 가자!"

"베트남 절?"

"응! 우리 내일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 환승이잖아! 게다가 라오스에 베트남 절 있다는 말 들어봤어?"

"아니. 궁금하기는 하네."


다음날 오전에 일정이 생겼어요.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베트남 절이 있었어요. 여기를 가는 것이었어요.


"그러면 숙소 일찍 돌아가자. 날 뜨거워지기 전에 나와야 할 거 아냐."

"응."


친구가 내일 아침 베트남 절 가는 대신 오늘 밤은 이만 숙소로 돌아가자고 했어요. 그래서 베트남 절 위치만 확인하고 숙소로 바로 돌아갔어요.



숙소에 도착하니 10시 10분이었어요.



아래에서는 라오스 사람들이 맥주를 마시며 밤시간을 즐기고 있었어요.


방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짐을 꾸렸어요. 짐을 다 꾸린 후 침대에 드러누웠어요.


'정말 돌아가기 싫다.'


매번 여행할 때마다 느껴지는 감정. 이번에는 더욱 심했어요. 라오인 친구들을 귀국 전날에야 사귀고 라오어도 이제 하면 될 것 같기 때문에 하루라도 이 나라에 더 머물고 싶었어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