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2015)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82 라오스 비엔티안 여행 - 왓 짠, 왓 인뼁

좀좀이 2017. 7. 9.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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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도시락을 하나씩 나누어주었어요.


"이건 이따 배고플 때 먹어야겠다."


저녁에 국수 한 그릇을 먹었는데 그렇게 배가 고프지 않았어요. 태국처럼 국수 한 그릇이 병아리 코딱지만큼 적지 않았거든요. 분명히 이따 휴게소에서 쉬라고 버스가 정차할 거였어요. 그때 내려서 엉뚱한 것 사먹지 말고 이 도시락을 까먹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도시락을 한쪽으로 치우고 여행 기록을 계속 정리했어요. 슬슬 잠이 몰려왔어요. 이번에 또 똑같은 실수를 할 수 없었어요. 일단 여행 기록을 후다닥 정리한 후, 짐을 정리했어요. 혹시 흘린 것 없는지, 모든 것을 가방에 잘 집어넣었는지 몇 번을 확인했어요.


역시나 버스에 라오인들이 계속 탔어요. 이들은 그냥 바닥에 주저앉았어요. 바닥에 매트리스가 깔려 있어서 엉덩이가 아프지는 않았을 거에요. 버스 안은 시원한 정도가 아니라 쌀쌀했어요. 에어컨을 정말 빵빵하게 틀어주었어요. 지난 베트남 여행이 떠올랐어요. 그때는 겨울. 날이 선선했어요. 반팔 입고 돌아다니기에는 피부가 살짝 시리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어요. 그런 날씨인데도 슬리핑 버스 안에는 에어컨을 아주 빵빵하게 틀어주고 있었어요.


'이쪽은 추우나 더우나 버스 안에서는 에어컨 무조건 세게 틀어주나 보네.'


밖은 아주 깜깜했어요. 그러나 버스의 움직임을 통해, 그리고 희미하게 보이는 바깥 풍경을 통해 알 수 있었어요. 루앙프라방에서 비엔티안 가는 길의 포장은 잘 되어 있는 편이었어요. 그러나 그것이 곧은 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어요. 도로가 참 많이 구불구불했어요. 90도 커브는 흔해서 언급할 가치도 없을 정도였고, U턴 급커브도 많았어요. 게다가 길이 매우 좁았어요.


'자야겠다.'


버스의 흔들림이 잠을 불러왔어요. 원래 버스에서 참 잘 자요. 시내버스에서도 아주 기분좋게 잘 자요. 이런 흔들림은 저를 재우는 요람 같았어요. 왠지 오늘도 버스에 탄 사람들 중 몇몇이 멀미를 할 것 같았지만 그다지 신경쓰이지 않았어요. 이미 졸려서 정신을 차릴 수 없었거든요. 슬리핑 버스 내부 불은 모두 소등되었어요. 깜깜했어요. 라오어 교재를 한 글자라도 볼까 했지만 깜깜해서 이게 글자인지 백지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어요. 아무 미련없이 눈을 감았어요.


"아, 뭐야? 왜 노래는 갑자기 틀어대는 거야?"


잘 자고 있는데 갑자기 노래가 크게 나오기 시작했어요.


"다 자고 있는데 전화 좀 진동으로 해놓을 것이지. 좀 받아라!"


노래가 참 시끄러웠어요. 전화벨 같았어요. 전화가 왔으면 빨리 받든가, 아예 진동이나 무음으로 할 것이지, 왜 안 받는 거야? 사람들 다 자는데...


그런데 이거 전화벨 치고는 소리가 너무 크다?


처음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누가 전화 왔는데 정신 못차리고 자느라 계속 못 받고 있는 것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잠이 조금 깨었는데도 노래는 계속 딩가딩가 우렁차게 울려퍼지고 있었어요. 이건 전화벨소리로 나올 소리가 아니었어요. 정말 악의적으로 핸드폰에 스피커를 연결해 최대 출력으로 틀어놓지 않는 한 이런 소리가 나올 수 없었어요. 게다가 잠깐 울리는 것도 아니고 계속 나오고 있었어요.


"아, 눈부셔!"


이제 불까지 켰어요. 갑자기 훤해졌어요. 순간 두 눈을 팍 찌푸렸어요.


'지금 도착할 때가 아닌데...어디 휴게소라도 들어가나?'


창밖을 보았어요. 아직 푸르스름한 어둠의 기운이 진하게 남아 있었어요.


'휴게소 도착하면 내려서 바람 좀 쐬고 다시 올라와서 자야지.'


침대에 드러누워 창밖을 보았어요. 건물들이 보였어요. 9시가 되려면 한참 남았어요. 잠시 후. 버스가 터미널 비슷하게 생긴 곳으로 들어갔어요.


'루앙프라방이랑 비엔티안 사이에 무슨 도시 있지? 뭐 그런 도시 중 하나 들어온 거 같은데.'


카메라로 시간을 확인했어요. 새벽 5시 반. 비엔티안 도착하려면 한참 남은 시각이었어요. 사람들이 하나 둘 내리기 시작했어요. 라오인들이 먼저 우루루 내렸어요. 이 버스의 종점은 비엔티안. 이 버스에 종점인 비엔티안 가는 사람들만 타는 것은 아니었을 거에요. 가면서 라오인들이 계속 올라탔으니까요. 이 도시에서 내려야하는 라오인들이 많았나봐요. 라오인들이 우루루 내리는 것을 구경했어요.


"어? 외국인들도 내리네?"


라오스 사람들이 다 내린 후 외국인들도 내리기 시작했다.


"뭐지?"

"비엔티안!"


'뭐야? 일단 내리고 보자.'


비엔티안 도착했다고 외치자 일단 짐을 다 챙겨서 버스에서 내렸어요. 버스에서 내려서 보니 아래에서는 이미 짐을 다 내리고 있었어요.


"비엔티안이에요?"

"예, 비엔티안이에요!"


이거 뭐지?


일단 짐을 찾아서 받아들기는 했는데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어요. 도로 포장이 괜찮은 편이기는 했지만 버스 속도는 그렇게 빠르지 않았어요. 빠를 수가 없었어요. 급커브가 그렇게 많았는데요. 게다가 숙소의 라오인 직원이 9시쯤 도착할 거라고 알려주었어요. 8시 도착이면 이해해요. 한 시간 정도야 일찍 도착할 수 있죠. 그런데 5시 반. 예정시간보다 3시간 반이나 훨씬 일찍 도착했어요.


라오스 부처님 포인트 하도 많이 쌓아서 축지법 서비스 제공받았나? 부처님 축지법 쓰셨어?


그런 거 있잖아요. 마일리지 하도 많이 쌓으면 우수 고객이라고 선물도 주고, 좌석도 막 업그레이드해주고 그런 거요. 이것은 그냥 설명이 되지 않았어요. 과학적으로 이해해보려 했으나 제 과학 지식으로는 불가능했어요. 루앙프라방에서 절을 하도 많이 돌아다니면서 부처님 행운 포인트를 과도하게 쌓자 축지법 서비스가 발동되었나 봐요. 살다살다 예정 시간보다 3시간 반 일찍 도착하는 것은 처음이었어요. 마치 카페에서 쿠폰 도장 모으는데 종이 꽉 채워서 더 찍을 수 없으니까 음료가 자동으로 하나 공짜로 나와버리는 것처럼 부처님 행운 포인트 모으고 모으다 아예 기입할 칸조차 없어진 것일 거에요. 그래서 축지법 서비스 발동.


얼떨떨하기는 한데 어쨌든 이것은 현실. 정신 차린다고, 눈을 비비고 뺨을 때려본다고 해서 순식간에 3시간 반이 제멋대로 흘러가 9시가 될 리가 없었어요.


아직 잠도 완벽히 깬 것이 아닌데 도착 예정시간보다 뜬금없이 3시간 반 일찍 도착해버렸어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나 떠오르는 것이 없었어요. 그때 뚝뚝 기사가 왔어요.


"어디 가세요?"

"왓 옹뜨요."


숙소는 왓 옹뜨 근처였어요. 그래서 왓 옹뜨로 가야 했어요. 뚝뚝 기사가 어디로 가냐고 물어보자 왓 옹뜨라고 대답했어요.


"2만낍."

"아니요. 1만낍요."


그러자 뚝뚝 기사는 트럭을 손가락으로 가리켰어요. 트럭은 이미 외국인들로 꽉 차서 자리가 없었어요. 뚝뚝 기사는 저 외국인들 모두 2만낍을 내었고, 저는 따로 가야한다고 이야기했어요.


"1만낍."


그러자 뚝뚝 기사가 고개를 흔들며 갔어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파악이 되지 않고 있었어요. 뚝뚝 기사는 그렇게 얼떨떨한 기억 속에서도, 시야 속에서도 사라져갔어요.


뚝뚝 기사가 사라진 후에야 버스터미널 사진을 찍을 생각이 들었어요. 그 전까지는 여기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조차 아예 못 하고 있었어요.


라오스 비엔티엔 버스 터미널


잠시 후. 친구와 계속 이거 뭐냐고 하며 사이좋게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데 오토바이를 개조한 뚝뚝 한 대가 들어왔어요. 기사가 제게 오더니 어디로 가냐고 물어보았어요.


"왓 옹뜨, 1만낍이요!"

"15000낍으로 해요."

"예!"


뚝뚝 기사가 제게 조용히 15000낍으로 하자고 가격을 제시했어요. 신나서 좋다고 대답하며 짐을 들고 뚝뚝 기사를 따라갔어요. 뚝뚝에 올라탔어요. 현지인들 모두 제가 탄 그 뚝뚝에 올라타고 있었어요. 현지인들은 거의 다 딸랏싸오로 간다고 했어요. 아마 10000~15000낍이 적정가였던 것 같았어요. 6명은 앉고 2명이 뒤에 매달려서 갔어요. 뚝뚝은 그렇게 8명을 태우고 달리기 시작했어요.


"어? 탁발 행렬이다!"


뚝뚝 안에서 밖을 내다보는데 스님들의 탁발 행렬이 보였어요. 루앙프라방에서는 탁발 행렬 본다고 밤을 새어버렸어요. 비엔티안에서는 전혀 의도하지 않았는데 그냥 보였어요. 탁발 행렬은 루앙프라방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인 줄 알았어요. 그래서 탁발 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자 잠을 포기해버렸어요.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뚝뚝을 타고 가는 비엔티안의 길에서 탁발 행렬을 또 보았어요. 횡재했다는 기분은 들지 않았어요. 이 상황 자체가 얼떨떨한데 예상치 않았던 탁발 행렬까지 보자 더 얼떨떨해졌어요.


뚝뚝이 가는 길을 보니 제가 내린 곳은 북부터미널 같았어요.


"내려요."

"예?"

"왓 옹뜨에요."


새벽 6시. 왓 옹뜨에 도착했어요. 전날 슬리핑 버스에서 받은 도시락은 그대로 있었어요. 원래 계획대로라면 조금 이따 버스 안에서 잠에서 깨어나 퍼먹고 있을 예정이었어요. 그러나 그 도시락 먹을 시간보다도 훨씬 일찍 왓 옹뜨까지 도착당해버렸어요. 최대한 왓 옹뜨에 일찍 도착하고 싶은 마음은 아예 없었어요.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도 못 했고, 딱히 원하지도 않았어요. 본인이 쓸 마음이 없다는데 루앙프라방에서 힘들게 쌓고 모은 부처님 행운 마일리지가 제멋대로 사용처리되며 저를 왓 옹뜨로 순식간에 옮겨놓았어요.


내가 뚝뚝에서 내린 건지 내동댕이쳐진 건지도 분간이 안 될 지경이었어요. 딩딩댕댕 시끄러운 노래 소리에 잠을 깨었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왓 옹뜨였어요. 이것은 이동한 것이 아니라 강제로 이동당한 기분이었어요. 나는 5시 반에 버스에서 내리고 싶지도 않았고, 딱히 탁발 행렬을 볼 마음도 없었으며, 왓 옹뜨에 새벽 6시에 도착할 마음이 전혀 없었거든요.


라오스 비엔티안 왓 옹뜨


'이제 뭐 하지?'


이제 뭐 하긴. 밥 먹어야지.


길거리에 주저앉아 도시락을 까먹었어요. 먹고 싶어서 먹은 것이 아니었어요. 들고 다니기 귀찮아서 먹고 치우려고 먹은 것이었어요. 도시락 뚜껑을 열고 냄새를 맡아보았어요. 조금이라도 이상한 것 싶은 듯 한 것 같은 것 닮다면 일말의 망설임 없이 버릴 생각이었어요. 별로 먹고 싶지 않았거든요. 트집거리 하나라도 있으면 바로 버릴 작정으로 냄새를 맡아보았어요. 이상한 것은 없었어요. 멀쩡한 밥을 버리기는 매우 싫었어요. 그래서 급하게 마구 퍼먹어서 도시락을 해치웠어요. 주변을 둘러보았어요. 쓰레기통이 있었어요. 쓰레기통에 빈 도시락을 집어넣었어요.


'지금 왓 옹뜨 구경이라도 해야 하나?'


하지만 이 시각에 법당 문이 열려 있을 리가 없었어요. 바로 몇 분 전 거리에서 스님들이 탁발을 다니고 계셨어요. 이제 조금 후 아침식사하시겠죠. 그렇다고 짐을 다 들고 비엔티안 여행 일정을 시작할 수도 없는 노릇. 일단 숙소로 가는 수 밖에 없었어요.


지도를 보며 예약한 숙소를 향해 걷기 시작했어요.


라오스 비엔티안 거리


배가 점점 싸르르 아파오기 시작했어요. 그래도 급히 화장실을 찾아가야할 정도는 아니었어요.


새벽 6시 29분. 숙소 앞까지 도착했어요. 실제 걸은 거리는 얼마 되지 않았어요. 게다가 거리에 사람도 차도 거의 없었어요.




숙소 문에는 '오전 12시에 문을 닫는다'는 종이가 붙어 있었어요. 내부에 불이 켜져 있기는 했지만 문은 잠겨 있었어요. 문을 두드려보았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어요. 숙소 앞 의자에 앉았어요. 의자에 앉아서 조금 쉬려는데 안에서 할머니께서 나오셔서 문을 열어주셨어요.


'짐이나 맡기고 화장실 좀 이용해야겠다.'


새벽 6시에 체크인을 받아줄 리가 없었어요. 보통 새벽 6시에 가면 그날 체크아웃 시간을 기준으로 해서 1박 요금을 받거든요. 즉 새벽 6시에 가면 보통 '얼리 체크인'이 아니라 '레이트 체크인'에 해당해요. 그래서 짐 맡기고 화장실 좀 이용한 후, 무엇을 해야할 지 모르지만 일단 다시 나올 생각이었어요.


체크인 당해버렸다.


추가요금 같은 거 없었어요. 6월 24일 체크인으로 계산해주셨고, 바로 방을 내주었어요.


뭐지?



2015년 6월 24일 새벽 5시 30분에 비엔티안에 도착당해버렸고, 새벽 6시에 왓 옹뜨로 배송당해버렸고, 새벽 6시 39분에 방에 입실당해버렸어요. 그나마 왓 옹뜨에서 입실까지의 시간이 걸린 이유는 제가 길바닥에서 도시락을 까먹었고, 둘이 정신을 못 차린 상태에서 이제 뭘 어째야하나 우왕좌왕했기 때문이었어요. 게다가 초행길에 길을 찾아가며 가야 해서 더 오래 걸렸구요.


정신을 차리니 숙소 객실 안이었어요. 모든 것이 너무나 일사천리로 이루어졌어요.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고 나와서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제대로 파악이 되었어요.


불을 켰어요. 형광등은 다 타 있었어요. TV를 틀어볼까 하고 리모콘을 찾아보았어요. 리모콘은 보이지 않았어요. 다행히 TV 버튼을 누르면 채널을 변경할 수 있었어요. 앉아서 쉬다가 샤워를 했어요. 수압이 매우 약했어요. 괜찮았어요. 1박 17달러짜리 방이었으니까요. 게다가 새벽 6시 반에 숙소 왔는데 추가 요금 받지 않고 바로 방을 내주었어요. 얌전히 그냥 만족하고 있기로 했어요.


'라오스 방송 뭐 있을 건가?'


샤워를 하고 나와 다시 텔레비전을 켰어요. 라오스 방송이나 틀어놓고 이 나라 방송은 어떤지 구경할 요량이었어요. 버튼을 꾹꾹 누르며 채널을 돌렸어요. TV 볼륨 버튼을 누르면 채널이 돌아갔어요. 힘겹게 텔레비전 볼륨을 올리고 채널을 돌렸어요.


캄보디아 방송


이거 캄보디아 방송이잖아!


무슨 깜짝쇼에 서프라이즈도 아니고 이번에는 뜬금없이 캄보디아 방송이 나왔어요.


나는 대체 어느 포인트에서 웃어야할까.


도착 예정시각보다 3시간 반 일찍 도착했고, 매우 순조롭게 흥정이 되어서 거의 바로 뚝뚝 탔고, 뚝뚝에서는 뜬금없이 탁발행렬을 보았으며, 왓 옹뜨에 도착했고, 숙소는 도착하자마자 체크인되었으며, TV를 틀자 볼륨 버튼 누르면 채널이 돌아갔고, 간신히 볼륨 높히고 채널 돌리는데 갑자기 캄보디아 방송이 나왔어. 이쯤 되면 어이없어 웃지요 급이야. 여기 라오스인데 갑자기 캄보디아 방송이 나오고 있어. 게다가 내 원래 도착 예정시간은 아직도 멀었어. 간단히 요약하면...


전날 버스에서 잠들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 안에서 캄보디아 방송이 나오고 있는 거야! 도착 예정시각까지는 아직 2시간이나 남아 있고!


라오스에서 캄보디아 방송이 나온다는 것이 일단 신기했어요. 그리고 태국어 글자와 라오어 글자를 하도 보다 보니 캄보디아어 글자도 왠지 알아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것도 신기했어요. 생각해보면 태국어, 라오어 문자의 조상은 캄보디아어 문자에요. 둘 다 캄보디아어 문자를 변형시켜서 사용하고 있거든요. 이 중 태국어 문자는 현재 사용하지 않는 문자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고, 라오어 문자는 현재 사용하지 않는 글자들은 싹 정리가 되었어요.


하늘은 계속 우중충했어요. 컴퓨터를 켜고 인도네시아 친구와 채팅을 했어요. 그저께 하루에 절을 11개 갔다 왔다고 하자 깜짝 놀랐어요.


"너 태국인들이 '하하하'를 '555'로 쓰는 거 알아?"

"응, 알아."


인도네시아 친구에게 태국인들이 '하하하'를 '555'로 쓰는 것을 알고 있냐고 물어보자 알고 있다고 대답했어요. '555' 이것은 정말 채팅할 때 중독이었어요. 숫자키 5를 연타하면 되어서 매우 편하거든요. 한 번 맛들리면 '하하', 'haha' 이딴 거 귀찮아서 쓸 수가 없어요.


아침 8시가 넘자 블로그 지인분께 연락을 드렸어요.


"잘 도착했어요?"

"예. 9시 도착 예정이었는데 5시 반에 도착해서 지금 방에서 쉬고 있어요."

"버스 엄청 달렸나 보네요."


블로그 지인분과 저녁에 식사를 같이 하기로 하고 라오스 방송을 보며 쉬었어요.


"이제 슬슬 나가자."


10시가 되어서야 방에서 나왔어요.


라오스 길거리


"어디 가지?"


무작정 그냥 걸어서 돌아다닐까 하는데 카페가 하나 보였어요. 그래서 카페 안으로 들어갔어요.



카페에서는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었어요. 티스토리 블로그에 접속해 댓글에 답글을 달려고 하는데 비정상적으로 수차례 로그인 시도가 있어서 차단되었다는 창이 떴어요.


"이거 뭐야?"


뭔가 찝찝했어요. 인도네시아에서 스마트폰을 분실해서 매우 찝찝했어요. 차단 해제를 하고 댓글에 답글을 달았어요. 다른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한국인들이었어요. 무슨 사업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댓글에 답글을 달고 쉬다가 11시 20분에 카페에서 나왔어요.



이제 거리에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가게도 문을 열었어요.



거리에서는 전선 작업이 진행중이었어요.



거리 풍경 하나하나 자세히 보며 걸었어요.


라오스 비엔티안은 라오스 여행하는 사람들이 스쳐지나가듯 지나가는 도시에요. 관광객 대부분이 방비엥, 루앙프라방으로 빠져나가요. 여기는 볼 것이 없어서 3박4일이나 있을 필요가 없다고 하는 곳이었어요. 그래서 더 궁금했어요. 대체 뭐가 얼마나 없기에 3박4일 있는 것도 매우 많다고 하는 것일까? 볼 게 없으면 여기에서 쉬면 될 일이기는 했어요. 귀국 전에 조금 쉬어주는 것도 괜찮으니까요.


한편, 마음은 점점 비장해져갔어요. 이제 정신이 돌아왔어요. 이곳은 라오스 마지막 일정. 그리고 라오스의 수도. 이 라오스 여행을 계획할 때 목표로 했던 것을 여기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했어요. 여기 아니면 정말 답이 없었어요. 친한 동생이 항상 라오어 할 시간에 태국어 공부하라고 놀렸어요. 만약 그 어떤 것도 해결을 못 한다면 그 이야기는 현실이 되는 것이었어요. 결국 태국어를 공부해서 태국어로 비벼보아야겠다고 귀결될 것이었으니까요. 그거 말고는 답도 없었구요. 여기는 마지막 기회였어요. 단 하나도 허투루할 수 없었고, 놓쳐서도 안 되었어요.


그런데 뭘 어쩌지?


서점을 찾아서 돌아다니는 것 외에는 막막할 뿐이었어요.



불단 안에 비치된 인형은 얼굴이 깨졌는지 없었어요. 저런 인형이라도 좀 구하고 싶었어요.


라오스 비엔티안 불단


저 전통 의상 입은 인형은 또 대체 어디서 파는 거야?


'혹시 딸랏싸오 가면 있을 건가?'


딸랏싸오 쪽은 큰 시장이 있다고 하니 그쪽 가면 구할 수 있을 건가? 모두가 시장 가래요. 시장 가면 있대요. 그런데 시장 갔는데 없었어요. 루앙프라방은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은 곳이라 시장에 없었던 것인가? 저 인형 또한 만약 못 구한다면 영원한 미스테리가 될 것이었어요. 곳곳에 있는데 정작 파는 곳은 없는 물건이요. 이것도 비엔티안에서 해결해야만 하는 일이었어요. 인형을 보자 심장이 쥐여짜여서 대정맥으로 피가 쭉 솟구쳐올라갔어요. 진짜 루앙프라방에서 해결한 것이 단 하나도 없었거든요. 그나마 있다면 '싸우지 마라' 불상과 파방 불상이 새겨진 팬던트를 구입한 것 뿐이었어요.


라오스 비엔티안 메콩강 강변


"뭐야? 벌써 메콩강이야?"


11시 30분. 메콩강에 도착했어요.


라오스 메콩강


"여기 수량 왜 이렇게 적지?"


보자마자 중량천이 떠올랐어요. 모래톱에서 학생들이 돌아다니고 있었어요. 모래로 만든 조형물이 보였어요. 수량이 확실히 많이 적어보였어요.


강변 근처에 절이 하나 있었어요. 이 절부터 순서대로 가보기로 했어요.



입구로 갔어요.



입구에 라틴 문자로 적혀 있는 것은 없었어요. 라오어로만 적혀 있었어요. 이 절의 이름은 왓 짠 ວັດຈັນ 이었어요. 원래는 왓 짠따부리 ວັດຈັນທະບູຣີ 인데, 줄여서 '왓 짠'이라고 한대요.


드디어 비엔티안의 절을 가보는구나!


절 안으로 들어갔어요.



"확실히 루앙프라방에서 본 절과는 느낌이 많이 다른데?"


절이 더 화려했다는 점 외에도 루앙프라방 절과는 다른 점이 느껴졌어요. 그것을 어떻게 말로 표현해야할 지는 몰랐지만요.


라오스 비엔티안 절 - 왓 짠


Wat chan in Vientiane, Laos


대법당인 씸 옆에는 고루가 있었어요.



대법전의 문은 이렇게 생겼어요.



사원 벽에는 부도탑처럼 생긴 탑이 일렬로 늘어서 있었어요.



대법전 안으로 들어갔어요. 삼배를 드리고 내부 사진을 찍었어요.




대법전 안에는 가마 같이 생긴 것들이 쭉 늘어서 있었어요.


대법전을 보고 다시 밖으로 나왔어요.



"이제 다음 절 가야지."


이 근처에는 절이 몇 개 모여 있었어요. 이왕 보기 시작했으니 다 몰아서 보기로 했어요. 일단 볼 수 있는 것은 몰아서 다 보고 나중에 할 일이 없으면 쉴 생각이었어요. 비엔티안 자체가 그렇게 볼 것이 많은 아니었거든요. 볼 것 다 보고, 남은 시간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용하고 푹 쉬다가 귀국하면 아주 완벽한 일정이 될 것이었어요. 물론 이 희망이 이루어진다는 전제하에서요. 희망이 안 이루어진다면 돌아가는 길에 헛웃음만 나올 거에요.



바로 앞에 왓 옹뜨가 있었어요.


라오스 비엔티안 왓 옹뜨 정문


"저기가 나눔의 광장이구나!"


비엔티안 나눔의 광장


왓 옹뜨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주변에 있는 다른 절인 왓 인펭부터 가려고 길을 가는데 나눔의 광장이 보였어요. 저기가 한국 식당인데 한국인 여행자 쉼터 같은 곳이라고 했어요. 마지막날 여차하면 짐을 맡길 곳으로 저기를 갈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어디 있는지 찾아볼까 했는데 아무 노력없이 그냥 발견되었어요. 제가 머물던 숙소에서 그렇게 먼 곳이 아니었어요. 짐을 끌고 와도 충분한 거리였어요.


나눔의 광장을 발견한 후, 다음 절인 왓 인펭으로 갔어요.



왓 인펭은 라틴 문자로는 WAT INPENG 이라고 적혀 있었고, 라오어로는 ວັດອິນແປງ 라고 적혀 있었어요.


wat inpeng in Vientiane, Laos


왓 인펭은 16세기에 창건된 절이라고 해요. 1872년 오늘날 태국인 시암 군대의 침략으로 파괴된 후 다시 지은 절이라고 해요.



안에 탓 루앙과 비슷한 모양인 작은 탑이 있었어요.


ວັດອິນແປງ


대법전인 씸은 확실히 루앙프라방의 절보다 건물 정면의 너비가 좁았어요.



불상을 모신 전각이 두 채 있었어요. 하나는 금색이었고, 하나는 은색이었어요.



금색 전각에는 석불 2기가 모셔져 있었어요.



은색 전각에는 에메랄드빛 불상이 모셔져 있었어요.



종루는 올라가볼 수 있었어요. 급하고 위험해보이는 계단을 따라 올라갔어요.


왓 인펭


종각 안에는 아주 작은 종이 하나 매달려 있었어요.



종각에서 내려다본 왓 인펭은 이런 모습이었어요.


라오스 비엔티안 절 - 왓 인펭


대법전으로 갔어요. 대법전은 매우 화려하게 칠해져 있었어요.



대법전 앞에는 검은 사자인지 개인지 고양이인지 알 수 없는 동물 조각이 있었어요. 루앙프라방에서 본 하얀색에 빨간 눈과 입을 가진 고양이 조각이 떠올랐어요. 그것과 매우 대비되었어요.



대법전 문은 잠겨 있었어요. 안에 들어갈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법당 안에 들어가보지는 못하고 절을 쭉 둘러보았어요.




절 한 켠에 이런 조그만 건물이 있었어요.



여기는 안에 들어가볼 수 있었어요.



안에는 불상 한 기가 모셔져 있었어요. 삼배를 드렸어요. 여기에서도 삼배를 드리며 부처님 행운 포인트를 모았어요.


'여기에서 부처님 행운 포인트를 쓸 나 있을 건가?'


솔직히 목표를 잘 이루어낼지 스스로 의문이었어요. 별 일 없이 한국이나 잘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래야 하나? 한국은 메르스가 번져서 난리도 아니라고 하던데 올해 메르스 안 걸리게 빌어야 하나? 설마 내가 인천국제공항 도착했을 때 메르스에 걸린 인간과 같이 있다가 내게 메르스 뭍지는 않겠지? 한국에 연락을 할 때마다 돌아오는 소리는 메르스 이야기였어요. 돌아가서 별 일 없기를 바랬어요.





왓 인펭까지 보니 12시 28분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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