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뜨거운 마음 (2011)

뜨거운 마음 - 01 터키 이스탄불

좀좀이 2012. 3. 3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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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출발일은 7월 6일. 그러나 비행기는 밤 11시 50분 출발. 실상 여행은 7월 7일부터 시작되요. 여행 준비 마지막에 와서야 일정이 빠듯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늘려보려 했지만 이미 유류세 인상으로 인해 일정을 바꾸려면 어마어마한 돈을 추가로 물어야 하는 상황. 그래서 그냥 정해진 일정대로 가기로 결심했어요.


비행기에 올라타자마자 7월 7일. 비행기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자마자 음료수가 나왔어요.

"와인이 있네?"

터키제 와인이 있다는 말은 못 들어봤어요. 이스탄불에 두 번 간 적이 있긴 했어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스탄불에 큰 애정도 없었을 뿐더러 처음 이스탄불 가기 전에 이미 아랍 국가에 있다가 이스탄불에 간 거라 아무 재미도 없었어요. 그래서 제대로 이스탄불이나 터키를 본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그러니 당연히 터키에서 와인을 만들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어요.

"와인이나 시켜볼까?"

그래서 여자친구와 함께 와인을 시켜보았어요.



이것이 터키의 와인. 맛은 그럭저럭. 단 걸로 시켜야 하는데 달지 않은 것으로 시켜버렸어요. 안주는 무슨 견과류. 안주도 뭐 그럭저럭 먹을 만 했어요. 둘 다 나쁘지는 않았어요.


음료가 나오고나서 잠시 후 기내식이 나왔어요.



플로브 (기름밥)와 닭고기 케밥. 참고로 터키에서는 굽기만 하면 케밥. 구운 밤도 밤 케밥. (진짜임) 마치 '비빔밥이 뭔가요?'라고 물어보는 것처럼 '케밥이 뭔가요?'라고 물어보면 참으로 난감해요. 우리도 비비기만 하면 비빔밥이 되는 것처럼 터키는 굽기만 하면 케밥. 참고로 포도주를 마시자마자 이번에는 터키 맥주 에페스를 마셨어요. 중동에 체류했을 때 매일 하루의 피로를 달래주었던 투버그 맥주를 마실까 잠시 고민도 했지만 투버그 맥주를 마시며 그때 고생했던 것을 회상하는 것은...이건 즐거운 여행이야! 그때 그 괴로움을 다시 일부러 생각해낼 필요는 없어! 터키는 맥주의 나라. 터키인들이 '곤드레~만드레~나는 취해버렸어'하며 마시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만났던 터키인들 모두 맥주를 조용히 즐겨 마시는 것은 좋아했어요. 에페스 맥주는 나름 인지도도 있구요. 투버그 맥주는 제가 있던 중동 국가에서 한 박스 (24캔)가 18달러. 밥과 고기에 소금, 후추까지 치고 고추장까지 쳐서 먹었어요. 한국에서 가는 거라 그런지 생각보다 기내식이 짜지 않았어요. 게다가 지금 가는 곳은 한국보다 훨씬 더운 지역. 가뜩이나 이때 서울은 비가 계속 내려서 쌀쌀하다고 느껴질 정도였어요. 그래서 더위를 먹지 않기 위해 음식을 매우 짜게 섭취. 원래 음식을 짜게 먹었기 때문에 소금에 고추장까지 뿌린다고 해서 먹기 힘들지는 않았어요.


참고로 음료에다가 밥에 같이 먹는 음료까지 술로 선택한 이유는 제가 술을 좋아해서가 아니었어요. 저는 술을 엄청 못 마셔요. 적정 주량은 소주 반 병. 많이 마시면 1병. 그런데 이렇게 술을 마신 이유는...


비행기에서는 술 먹고 죽어버리는게 최고야!


한 두 시간 가는 비행기도 아니고 비행시간만 얼추 10시간. 10시간 동안 비행기에서 가만히 앉아있는 것은 말 그대로 고역. 좌석이 생각보다 넓어 정말 각잡고 앉아있어야 하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비행기에서는 할 일이 없어요. 특히 10시간 정도 가면 할 것이 아무 것도 없어요. 책을 읽으려 해도 밥 먹고 전부 재워버리기 때문에 어두컴컴해서 책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아요. 노래를 들으려고 이어폰을 귀에 꼽으면 기압차 때문에 귀가 아파요. 결국 할 수 있는 것은 잠자기 또는 멍때리며 앉아있기. 이럴 때에는 그냥 얼른 술 먹고 깊게 잠 들어버리는 것이 최고에요.


하지만...


작전 실패였어요. 비행기에서 끊기지 않고 깊게 잠든 최고 기록이 30분. 계속 자다 깨다 자다 깨다 했어요. 정말 깊게 잤다고 좋아하며 시계를 보면 20분 잠든 것이었어요. 10분, 20분 단위로 계속 자다가 그냥 깼어요. 정말 아무 이유 없이 자다 깨다를 반복했어요. 아마 맥주 복용량이 적어서 그랬나봐요. 보통 국제선 타면 후딱 술먹고 자자는 생각에 맥주캔 3~4개를 마셔요. 음료 줄 때 맥주, 밥 먹을 때 맥주, 그리고 밥 다 먹고나서 비행기 맨 뒤에 가서 승무원에게 맥주를 달라고 하거나 지나가는 승무원 불러서 맥주를 달라고 해서 맥주를 먹고 자는데 이번에는 귀찮아서 그냥 적당히 먹었더니 깊게는 자는데 길게는 못 자는 이상한 상황에 빠져 버렸어요.


진짜 비행기에서 이틀을 잔 느낌이었어요. 보통 비행기에서 내릴 때에는 피로에 찌들어 내리는데 이때 만큼은 너무 잘 자서 개운하게 내렸어요.


이스탄불-트빌리시 비행기 탑승까지는 8시간 여유가 있었어요. 그래서 잠시 술탄아흐멧 지구나 다녀오기로 했어요.


"엥? 여기 왜 이렇게 붐비지?"


새벽이라서 그런지 입국심사대를 몇 개 열어놓지 않은 아타튀르크 공항. 하지만 노선은 대량 증편시켜 놓아서 비행기는 진짜 '무식할 정도'로 많이 들어오고 있었어요. 더욱이...


니가 지금 훼이크를 쓰고 있냐...요거이 손에 패를 몇 장 들고 치는겨? 손 좀 확인해봐야 쓰것다?


줄은 안 길어보이는데 이것은 훼이크. 절대 믿으면 안 되는 훼이크. 이유인즉, 중동에서 온 사람들은 가족 단위로 온 경우가 많았는데 아이들은 아무래도 크기가 작다 보니 아이들이 많은 줄은 길이가 매우 짧아보여요. 하지만 입국 심사대에 서는 순간...내려놓는 여권 뭉탱이. 일처리가 그다지 빠른 것도 아닌데 입국심사대는 새벽이라고 몇 개 안 열어놓고 비행기는 계속 들어오고...순식간에 입국심사장에 사람들이 버글버글대기 시작했어요. 30분이 지나서 사람들이 하도 쌓이자 입국심사대를 2개 더 열은 터키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공항.


입국 심사장에서만 40분 넘게 보냈어요. 어쨌든 별 문제 없이 통과. 참고로 여권에 터키 입출국 도장이 적정량 찍혀 있으면 매우 좋아요.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터키는 터키-불가리아 국경에서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어요. 그런데 터키 입출국 도장이 안 찍혀 있으면 (입국만 찍혀있어서는 안 됨. 반드시 입국 도장과 출국 도장 모두 있어야 함) 면세점 이용을 할 수 없어요. 물론 이번에는 불가리아를 안 가므로 무효.


입국 심사장에서 시간을 너무 오래 보내서 나오자마자 목이 칼칼했어요. 전철을 타기 위해 공항 지하로 내려가자 슈퍼마켓이 하나 있었어요.


"목 마른데 시원한 콜라나 하나 마실까?"


콜라를 잡아들고 가격 확인한 순간...


"이거 장난?"


터키 1리라가 우리나라 돈으로 약 800원 해요. 그런데 콜라 캔 하나가 2리라가 넘었어요. 우리나라에서 1.5리터 패트병 살 가격이 여기서는 콜라 캔 작은 것 1개 가격.


"여기 콜라 엄청 비싸요. 콜라는 다 수입해 오잖아요."


터키에서 6개월 머무른 경험이 있는 여자친구의 설명. 터키가 농업 및 경공업이 발달한 나라이기는 하나 콜라는 수입해 온다고 하네요. 그래서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다고 했어요.


"아까 비행기에서 콜라를 마셨어야 했어."


밀려오는 후회. 하지만 늦었어요. 그래서 체리맛 음료수를 하나 샀어요. 맛은...포도맛 영양제 맛. 어렸을 때 먹었던 어린이 영양제 '미니막스' 포도맛과 똑같은 맛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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