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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맛집 - 예멘 식당 페르시안 랜드 Persian Land

좀좀이 2017. 5. 28.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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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에서 이프타르를 얻어먹은 후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오르막길을 내려가다 문득 하나가 떠올랐어요.


'그 이란 식당 문 열었을건가?'


이태원 모스크 근처에 이란 샌드위치를 파는 가게가 있어요. 그런데 여기는 전에 갔을 때 배달만 한다고 했어요. 오늘은 라마단이니 혹시 문 열었을까 궁금해서 그쪽으로 갔어요. 모스크에서 얻어먹은 식사로는 살짝 부족한 감이 있어서 혹시 샌드위치 팔고 있으면 샌드위치 하나 사먹고 갈 생각이었어요.


이태원 예멘 식당


"오늘 문 열었네? 안에서 먹을 수 있나?"


혹시 안에서 먹을 수 있나 보려고 다가갔어요.


이태원 맛집


예멘?


예멘과 이란의 조합. 참 희안한 조합이었어요. 원래는 여기에서 이란 샌드위치만 팔고 있었고, 예멘 음식은 없었어요. 그런데 예멘 음식이 추가되었어요.


이란이랑 예멘이랑 대체 무슨 관계지...국제정치상 현재 예멘은 내전 중이고 수니파 정부군 및 사우디아라비아를 위협하고 있는 후티 반군이 시아파이기는 한데...그렇다고 해서 그런 연대가 이 식당에서 일어날 리는 없었어요. 보통 이런 조합은 터키를 끼우는데 여기는 이란-예멘이라는 아주 희귀한 정도가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처음 보는 조합.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남아시아 음식은 거의 무조건 인도, 네팔을 앞세우고, 아랍 음식은 터키와 엽합을 잘 해요.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 카레는 인도와 네팔이 유명하고 케밥은 터키 것이라는 인식이 확고하게 박혀 있거든요. 터키-이란이라고 하면 뭐 그런가보다 하는데 이란-예멘 조합은 정말 처음 보는 조합 그 자체였어요. 일단 예멘과 이란은 거리로도 매우 멀어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일단 안으로 들어갔어요.


"안에서 먹을 수 있어요?"

"예, 먹을 수 있어요."


식당 주인도 다른 사람이었어요. 이 사람은 아랍인이었어요.


이태원 맛집 - 예멘 식당 Persian Land


안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역시나 아랍인들. 아랍어가 마구 들렸어요.


예멘 식당


'여기 진짜 예멘 식당 맞아? 예멘 식당이면 진짜 대박인데.'


서울 이태원 예멘 맛집


일단 안에서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자리에 앉았어요. 벽에 걸려 있는 예멘 깃발을 보니 예멘 음식을 파는 가게가 맞아보였어요. 주인 아저씨가 메뉴판을 가져왔어요. 아랍어로 가볍게 대화를 했어요. 일단 아저씨는 사나에서 왔고, 식당은 매일 오후 2시부터 문을 연다고 알려주었어요.


"뭐가 예멘 음식이에요?"

"이것들 아랍 음식."

"아니요. 아랍 음식 말고 예멘 음식이요."

"이것들."


뭘 먹을까 고민하는데 아저씨가 Mandy Lamb 를 먹으면 렌틸 수프를 서비스로 주겠다고 했어요. 아저씨가 Mandy 가 예멘 음식이라고 한 데다 서비스로 수프까지 준다고 하니 다른 걸 고를 이유가 없었어요. 라마단이어서 인심이 좋아진 건가? 어쨌든 양고기 만디 먹으면 렌틸 수프를 그냥 주겠다고 해서 양고기 만디를 주문했어요. 아저씨가 메뉴판을 가져가려고 하자 메뉴판 사진 좀 찍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러자 아저씨는 알았다고 하시면서 메뉴판을 가져가지 않으셨어요.



이건 이란 음식이네. 다 몰라도 쉬라즈 보면 이란 것이란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이 페이지가 바로 아저씨가 예멘 음식이라고 한 페이지.


예멘 음식들


"아, 이거 예멘 음식 맞구나!"


아저씨가 이게 맞다고 하면서 '아랍 음식'이라고 해서 이건 안 먹어야지 하다 아저씨가 이거 맞다고 하시면서 렌틸 수프를 서비스로 준다고 해서 여기에서 제일 위에 있는 Mandy Lamb를 골랐어요. 그런데 메뉴판 맨 위를 천천히 읽어보니 예멘 음식이라고 아랍어로 적혀 있었어요. 갑자기 오랜만에 아랍어로 말하려고 하니 당황해서 버벅버벅거리다보니 정작 맨눈으로 읽어도 잘만 보이는 것을 못 보고 있었어요.


만디와 비르야니가 이 식당 예멘 음식 중 메인 디쉬였어요.


이 수프와 샐러드도 예멘 음식이라고 되어 있었어요.



이것들은 이란 음식이에요.




여기에서도 물담배인 후카를 할 수 있다고 나와 있었어요.



음식이 나오기 전, 예멘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교과서에서 배운 것이라면 예멘이 북예멘과 남예멘이 처음에 평화통일했다가 남예멘 출신 정치인들이 자신들이 차별받는다고 들고 일어나서 내전이 일어났고, 북예멘이 무력통일을 이룩했어요.


그 이후, 지인에게 아랍어 연수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어요. 그 당시 대체로 이집트를 많이 갔어요. 이유는 물가가 저렴하고 많은 한국인들이 이집트로 아랍어 연수를 가고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그 다음 많이 가는 곳은 튀니지와 요르단. 그런데 요르단은 물가가 비쌌어요. 물가도 저렴하고 뭔가 흥미로울 것 같은 국가가 없나 찾아보니 리비아와 예멘이 나왔어요. 그래서 아는 분께 물어봤어요.


"리비아? 거기는 서울로 치면 구를 이동할 때도 허가를 받아야 하는 나라야."

"예멘은요?"

"예멘? 거기 진짜 아무 것도 없어. 가면 아랍어는 엄청나게 많이 늘어올 거야. 정말 할 게 없어서 공부를 하게 되는 게 예멘이거든.


이후 시간이 또 한참 흘러서 아랍어 방언을 잠시 들여다보던 시절. 예멘 방언을 잠깐 본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교재가 일반 회화가 아니라 병원에서의 회화였어요. 대충 보고 그만두었는데, 나중에야 알게 되었어요. 제가 반드시 가보고 싶은 나라인 소말리아도 아랍어를 사용하는 국가인데, 소말리아에서 사용하는 아랍어 방언이 예멘 방언과 매우 가깝다는 사실을요.


그 이후 예멘이 새로운 여행지로 뜨려나 싶었어요. 예멘이 나름 관광자원이 여럿 있는 나라거든요. 그런데 알다시피 아랍의 봄으로 망했어요. 지금은 여행금지국가 중 하나에요.


이런 기억들을 떠올리며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렸어요.


먼저 렌틸 수프가 나왔어요.


렌틸 수프


새콤한데 식욕을 자극한다!


아랍 음식에서 나는 특유의 향신료 냄새는 그렇게 많이 나지 않았어요. 재미있는 점은 신맛이 상당히 강하다는 것이었어요. 레몬즙을 매우 많이 집어넣은 것 같았어요. 살짝 걸쭉하고 고소하고 새콤했어요. 식욕을 마구 돋구어주었어요. 신맛이 강하지만 속에 부담을 주는 맛은 아니었어요. 입에 적당히 침이 나오게 하는 맛이었어요. 수프를 다 먹고 조금 더 기다리자 드디어 예멘 음식인 만디가 나왔어요.


예멘 음식 - 만디


아...이거 엄청 많다...


만디 가격은 14000원. 음식 주문할 때부터 '이건 왠지 많을 거 같다'는 느낌이 확 들었어요. 제 예상이 맞았어요. 양이 많았어요.


만디는 아라비아 반도에서 널리 먹는 음식이에요. 이라크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많이 먹지만, 예멘, UAE 등에서도 많이 먹는다고 해요. 아라비아 반도에 있는 국가들에서 많이 먹는 음식이라 생각하면 되요. 만디가 다른 고기 요리들과 다른 점은 만디에 올라가는 고기 요리법이 달라요. 만디에 올라가는 고기는 원래 아랍식 화로인 탄두르에서 구워요. 이 탄두르는 땅을 파고 안에 진흙을 발라요. 안에서 장작에 불을 붙이고, 고기를 매달아 놓은 후, 연기가 적당히 빠져나올 수 있도록 구멍을 하나 남기고 화덕을 봉해서 장작이 타면서 나는 열로 고기를 익혀요.


하지만 이렇게 하기는 사실 어려워요. 특히 일반 가정에서 소량을 가볍게 만들어먹기에는 더더욱 어려워요. 그래서 가정에서 만드는 방법도 있어요.



위의 동영상은 가정에서 예멘식 만디를 만드는 방법이에요. 마지막에 음식이 들어있는 냄비 안에 숯을 피워서 연기 맛을 살짝 나게 하는 게 포인트에요.


사실 비르야니와 만디는 먹어보면 아마 맛이 다를 거에요. 그런데 이게 가정식으로 오면 만드는 법이 대동소이해져요. 그래서 가정식으로 만드는 만디와 비르야니 동영상을 보면 우리 눈에는 그게 그거에요. 일단 확실한 것은 만디는 원래 구운 고기가 포인트라는 점이에요.


예멘 음식


고기가 컸어요. 하나는 100% 살코기 덩어리였고, 2개는 뼈가 있기는 했는데, 뼈에 붙어 있는 살도 매우 많았어요.


이거 맛있어! 너무 맛있어!


참고로 양고기이기 때문에 양고기 안 좋아하는 분께는 추천하지 않아요. 양고기를 먹을 수 있는 분들께만 추천해요.


먼저 토마토 소스. 토마토 소스가 새콤하고 매콤했어요. 이것은 밥과 같이 먹어도 좋고 양고기와 같이 먹어도 좋았어요. 뭐와 먹어도 느끼한 맛과 양고기 냄새를 확실히 잡아주는 마법의 소스였어요.


밥에서는 양고기 향기가 풍겨나왔어요. 이렇게 양고기 향이 은은하게 잘 풍겨져 나오는 밥은 처음이었어요.


서울 이태원 맛집 - 페르시아 랜드


양고기는 매우 부드러웠어요. 포크와 숟가락만 있었는데, 이 두 개를 이용해서 살을 쉽고 부드럽게 발라먹을 수 있었어요. 밥을 떠먹는 것보다 고기를 발라먹는 것이 더 쉬웠어요. 정말로요.


고기에 빨간 가루가 뿌려져 있어서 매콤할까 했는데 매콤하지는 않고 살짝 짭짤했어요. 양고기 특유의 풍미가 잘 살아있었어요. 고기가 매우 부드러웠어요. 이것을 토마토 소스에 찍어먹으니 정말 맛있었어요. 시원하고 깔끔한 토마토 소스가 양고기의 느끼한 맛을 확실히 잡아주었어요. 양고기만 먹으라고 한다면 양고기 못 먹는 사람들은 안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토마토 소스 찍어서 먹으라고 한다면 양고기 못 먹는 사람들도 먹을 수 있는 맛이 되었어요.


우리나라에서 예멘 음식은 아마 여기에서밖에 못 먹을 거에요. 음식 맛도 좋았기 때문에 맛집이라 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어요. 단, 양고기 싫어하신다면 양고기는 주문하지 마세요. 닭고기 메뉴도 있어요.


여기는 다음 및 네이버 지도에 '페르시안 랜드'라고 검색하면 엉뚱한 식당이 나와요. 위치는 우사단로 10가길에 있어요. 이태원역 3번 출구로 나와서 모스크를 향해 올라가다보면 보광초등학교가 나오고, 그 초등학교에서 모스크를 향해 올라가게 되는데, 모스크 거의 다 와서 GS25 편의점이 나와요. 그 GS25 편의점 옆에 있는 골목으로 들어가면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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