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아마 4월 마지막 카페 돌아다니는 날이 되겠지?"
막연히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열심히 돌아다녀야겠다는 의욕이 계속 줄어들었어요. 24시간 카페는 다양한 카페를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었거든요. 어찌 보면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를 돌아다니는 것과 매우 비슷해요. 24시간 카페를 운영한다는 것은 그만큼 자금력이 된다는 거에요. 당연히 심야시간까지 사람들이 있는 곳에 위치해야 할 것이며, 24시간 매장을 돌리면 운영비가 상당히 많이 나와요. 24시간 돌릴 경우 인건비도 무시 못하거든요.
'서쪽을 대충 마무리짓자.'
전날 연신내와 불광에 있는 24시간 카페를 다녀왔기 때문에 이제 서울 서부의 남쪽에 있는 24시간 카페를 찾아다니면 서울 서쪽은 대충 마무리가 될 것이었어요.
신림.
신림을 가자.
순간 웃음이 웃음이 터져나왔어요.
예전 숭실대에서 친구와 살 때, 친구의 동기인 동생이랑 어울려서 잘 놀았어요.
"형, 저는 나중에 신림에서 살고 싶어요."
"신림? 고시촌? 너 사시 치게?"
"아뇨! 거기 놀 거 다 있어요. 얼마나 좋다구요!"
"거기 고시촌 아니야? 거기 놀 게 뭐가 있다고."
"형은 신림 안 가봤죠?"
"응. 내가 사시 칠 것도 아닌데 거기를 왜 가?"
"형, 서울에서 신림만큼 놀기 좋은 곳 없어요. 신림 최고래니까요! 진짜 거기 가면 다 있어요!"
동생이 신림을 하도 찬양해서 얘가 강남이랑 신림이랑 햇갈리는 거 아닌가 했어요. 이때 고향 친구들이 노량진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어서 노량진을 몇 번 가보기는 했어요. 그 특유의 분위기가 정말 참 싫었어요. 신림도 보나마나 그런 분위기겠지 했어요. 그래서 신림 놀러가자는 동생 말에 시큰둥해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셋이 숭실대에서 택시를 타고 신림으로 갔어요.
"그 고시촌 뭣하러 가냐?"
툴툴대며 택시를 탔어요. 그리고 신림 도착.
"야, 이거 뭐냐?"
"형, 제가 말했잖아요! 신림 최고래니까요!"
제가 상상했던 그 후줄근하고 암울해지는 그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진짜 최고였어요. 서울 최고의 유흥의 메카였어요. 신촌, 홍대, 강남, 명동, 노량진 다 가봤지만 신림보다 놀기 좋은 데는 없었어요. 동생이 왜 신림 매니아가 되었는지 바로 깨달았어요.
그런 기억이 있는 신림. 오늘도 역시 의정부 근성 버스 108버스를 타고 종로6가로 간 후 N15 심야버스를 타고 신림역으로 갔어요.
"역시 신림이야!"
금요일 밤. 흥청망청 환락의 메카 신림은 여전했어요. 새벽 2시에 도착했는데도 그랬어요.
신림 거리를 보며 웃으며 이날 24시간 카페 돌아다니기의 첫 번째 목적지인 카페드롭탑 신림역점으로 갔어요. 신림역 근처에는 24시간 카페가 여러 곳 있어요. 딱히 신림역에 24시간 카페가 뭐가 있는지 안 알아봐도 되요. 제가 카페 드롭탑을 간 이유는 여기는 아직 가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어요.
카페드롭탑 신림역점은 신림역 7번 출구와 8번 출구 사이에 있어요. 입구만 보면 24시간 카페 같아 보이지 않아요. 일부러 취객들이 기어들어오지 못하게 하려고 이렇게 별로 티나지 않게 입구를 만든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렇게 매장이 나타나요.
카운터는 이렇게 생겼어요.
매장은 세로로 긴 형태였어요.
매장 내부는 밖과 달리 조용하고 차분했어요. 밖에서는 노래방 물어보는 삐끼들이 돌아다니고 취객들이 돌아다니고 차가 정신없이 다니고 쓰레기가 굴러다니는데 카페는 그런 밖과 전혀 달랐어요. 넓은 카페 안에 사람들 몇몇이 조용히 잡담을 나누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좌석간 거리가 좁지 않았어요. 그리고 복도가 상당히 넓은 편이었어요. 제가 앉은 구석 자리는 심야시간이라 정리를 하려고 그렇게 한 것인지 의자와 테이블을 벽에 붙여놓았어요.
시끌시끌한 신림역의 밤에 조용한 공간을 찾는다면 여기도 괜찮은 대안이 될 거에요. 게다가 24시간 운영하구요.
여기가 대학교 시험기간때는 어떤 분위기였을지 갑자기 궁금해졌어요. 밖은 환락의 메카인데 여기는 과연 시험공부 분위기였을지 많이 궁금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