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2015)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63 태국 치앙마이 하루에 절 14곳 돌기 05 - 왓 마하완, 왓 부파람

좀좀이 2017. 3. 9.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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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뚜 타패를 넘어서 걸어가자 서점이 나왔어요.



태국 치앙마이 서점


서점에 들어가보았어요. 딱히 인상적인 책이 보이지 않았어요. 간단히 둘러본 후 바로 밖으로 나와서 다음 절인 왓 마하완으로 갔어요.



"여기가 왓 마하완인가?'


일단 절 이름부터 찾아보았어요. 절 이름부터 사진으로 찍어놓지 않으면 나중에 어느 절을 다녀온 건지 여행기 쓸 때 엄청나게 햇갈리거든요. 오늘 절을 한두 곳 간 것도 아니고 매우 많은 절을 돌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에 피곤하고 귀찮더라도 무조건 절 이름부터 사진으로 찍어놓아야 했어요. 지금 피곤한 것은 잠깐이나, 나중에 여기가 어느 절인지 찾아보려고 하면 그때는 몇 시간, 심할 때는 며칠간 고생하거든요.



"왓 마하완 맞네."


글자를 모두 바로 알아볼 수는 없었어요. 저렇게 둥글둥글하게 써놓은 글자는 아직 잘 읽을 수 없었거든요. 맨 앞의 글자가 뭔자 알 수 없었지만, 여기가 절이니 저것은 분명히 태국어 글자 วั였어요. 그렇다면 여섯 번째 글자 또한 같은 글자니까 wa 였어요. 두 번째 글짜까지 합쳐서 태국어로 절인 왓 วัด 이고, 그 뒤의 글자는 m 인 ม 였어요. า 는 a, น 는 n 이니 왓 마하완이 맞았어요.


วัดมหาวัน


왓 마하완 Wat Mahawan วัดมหาวัน 은 란나 양식과 버마 양식이 공존하는 절이라고 해요. 버마 양식이 어떤 것인지 잘 몰랐어요. 미얀마는 간접적으로 접해본 적조차 거의 없었거든요. 정확히 말하자면 이때까지 미얀마 자체에 별 관심이 없었고, 주변에 미얀마를 다녀온 사람도 없었어요. 태국 절도 정확히 태국 절이라는 것을 알고 본 것이 아니라 계속 보아가면서 '이런 것이 태국 절의 특징이구나' 감을 잡아가는 중이었어요. 그런데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버마 양식을 바로 알아내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한 것이었어요.


"여기 위한은 나가 뱀 장식이 아니라 왠 사자가 있네?"


아주 나중에야 알았어요. 저 사자가 버마 양식의 특징이에요. 저 사자를 미얀마어로 ခြင်္သေ့ '친쎄' 라고 한대요. 버마에서 절을 지켜주는 수호신 역할을 하는 사자 비슷하게 생긴 상상 속의 동물이라고 해요. 이 당시에는 이 절이 버마 양식과 란나 양식이 공존한다는 것 자체를 몰랐어요. 그래서 저 친쎄를 보고 버마 양식을 보았다고 기뻐한 것이 아니라 '여기는 왠 사자 조각이 있네?' 라고 생각할 뿐이었어요.


더욱이 이 절이 치앙마이 주요 사찰 중 하나인데, 정작 제가 들고간 가이드북에는 나와 있지도 않았어요.



안에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문이 잠겨 있었어요. 이 위한은 1865년에 란나 양식으로 세워진 건물로, 층층이 이루어진 지붕이 특징이에요.


태국 치앙마이 절 - 왓 마하완


왼쪽 하얀 건물은 우보솟이었어요. 이것 역시 들어갈 수 없었어요.


"여기 왓 마하완 맞네!"


아까 태국어 글자를 읽고 여기가 왓 마하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완벽히 잘 읽은 게 아니라 약간의 추리를 동원한 것이라 여기가 진짜 왓 마하완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이 조금 있었어요. 절이 엄청나게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조금 걸어가면 절 하나 나오고, 그 절에서 또 조금 걸어가면 절이 또 나오는 식으로 절이 매우 많았기 때문에 이럴 수 밖에 없었어요.



이 절에서 맛사지도 받을 수 있다고 나와 있었어요. 이 입간판에 Wat Mahawan 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아까 글자를 제대로 읽은 것이 맞았어요.



이렇게 화려하게 장식된 건물은 우물이었어요.


Wat Mahawan in Chiang Mai, Thailand


이것이 바로 버마 양식으로 세워진 쩨디에요. 사실 저 역시 버마 양식 탑과 태국 양식 탑을 구분 못해요. 단지 제가 아는 것이라고는 버마 양식 탑은 네 귀퉁이를 사자 모양 동물인 친쎄 ခြင်္သေ့ 상이 세워져 있다는 것이에요. 친쎄는 태국어로 씽 สิงห์ 이라고 해요. 그리고 버마 양식 쩨디 사진들을 보면 쩨디를 바나나 꽃송이 모양 조각으로 장식해놓은 것을 볼 수 있어요.



이것이 바로 친쎄에요.



탑 네 면에는 이렇게 감실이 있고, 감실 안에 불상이 모셔져 있었어요.



이것은 불경을 보관하는 허 뜨라이에요.



절 한켠에서는 쩨디 위에 올릴 장식을 만들고 있었어요.




왓 마하완에서 나와 걸어가자 치앙마이 도착한 첫날, 밤에 길을 걸으며 꼭 가보아야겠다고 생각한 그 절이 나왔어요.



어둠 속에서 보았던 그 형상이 맞았어요.


"개 없어? 이쪽에서 개 짖었을 건데."


혹시 돌아다니는 개가 있나 둘러보았어요. 개는 없었어요. 아직 날이 어두워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 개들로부터 많이 안전했어요. 이 절이 바로 왓 부파람 Wat Bupharam วัดบุพพาราม 이었어요. 왓 부파람은 란나 왕조의 무앙 깨오 왕 통치 시기인 1497년 지어진 절이에요.



먼저 커다란 위한으로 갔어요. 이 커다란 위한은 '위한 야이'라고 해요.


vihan yai in wat bupharam


나무 문과 벽은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었어요.




안에 들어가보려 했지만 문이 잠겨 있었어요.



이 건물 또한 위한이에요. 이 건물은 위한 렉 Viharn Lek 이라고 해요. 이 위한은 16세기에 건설되었고, 1819년 개축된 것이라 해요. 이 건물은 건물 입구의 나가 뱀이 하나는 은색, 하나는 금색으로 칠해진 것이 신기했어요. 박공널과 처파, 그리고 풍판을 색유리로 장식했어요.



위한 렉 안에 모셔진 이 불상은 약 3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해요.


법당 내부에 들어가서 삼배를 드리고 밖으로 나왔어요.


"여기는 나름 신경써서 꾸몄네?"


절 안에는 태국 전통 의상을 입은 태국인 조각이 있었어요.




"저것은 마지막에 들어가봐야지."


몬돕 모양으로 세워진 건물이 있었어요. 저기가 이 절에서 가장 볼만한 곳 같았어요. 일단 이 절에서 쩨디를 보아야했기 때문에 쩨디부터 보고 저 안에 들어가서 내부를 보기로 했어요. 잠시 쉬고 싶었지만 쉴 수 없었어요. 이미 오후 5시 30분을 넘긴 시각이었거든요. 이 절까지 다 봐도 오늘 목표로 한 절이 아직 세 곳이나 남아 있었어요. 햇볕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때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했어요.



일단 몬돕 모양의 건물인 대형 법당 Dhamma Hall 인 Ho Monthian Tham หอมณเฑียรธรรม 에 들어가는 것은 뒤로 미루어두고 쩨디부터 보러 갔어요.



이것도 버마 양식 쩨디에요.


태국 치앙마이 버마 양식 쩨디


이 쩨디를 보면 네 모퉁이에 친쎄가 있고, 바나나꽃 형상이 장식되어 있어요. 저 역시 이것은 여행기를 쓰는 과정에서야 깨달았어요. 버마 양식 쩨디라고 하는데 얼핏 보아서는 태국 양식 쩨디와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였어요. 일반적인 태국 양식 쩨디에 비해 화려하기는 했으나, 이런 것을 잘 모르고 보니 눈에 들어오는 것이라고는 네 면에 있는 불상이 모셔져 있는 감실 뿐이었어요.



"여기 박물관도 있어?"



절 안에 '왓 부파람 박물관' 있다는 표지판이 보였어요. 아무리 시간이 촉박하다 해도 하나라도 생략할 마음은 전혀 없었어요. 외국 여행을 여러 번 하며 깨달았어요.


여기에 두 번 다시 올 일이 내 인생에서 발생할 확률은 거의 없다. 전혀 없다고 봐도 될 거다.

그러니 기회가 있을 때 최선을 다 해서 돌아다니고 봐야 한다.


세상이 얼마나 넓고 볼 것이 많은데 갔던 곳을 또 가나요. 그 시간에 다른 곳을 가야죠. 돈이 화수분처럼 쏟아져나오는 것도 아니고 여행 한 번 간다는 것이 적은 돈이 드는 것도 아닌데 여행을 갈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당연히 안 가보았던 곳을 가요. 설령 치앙마이에 다시 오는 일이 생긴다 해도 여기를 다시 올 확률은 낮았어요. 치앙마이 구시가지의 북쪽과 서쪽을 제대로 못 보았으니 다음에 온다면 아마 거기를 집중해서 볼테니까요.


박물관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어요.


thun jai buddha in wat bupharam


박물관이라는 공간 안에서 눈여겨볼 것은 가운데에 배치된 금빛 불상인 Thun Jai Buddha 라는 불상이었어요.


"이게 끝이야?"


딱 저것이 전부였어요.




이제 허 문티엔 탐을 보러 갈 때가 왔어요.



위로 올라가는 계단 입구에는 역시나 나가 뱀이 장식되어 있었어요.



"이게 태국에서 가장 큰 티크 목재로 만든 불상인가?"


불상이 몇 기 있었어요. 허 문티엔 탐에 태국에서 가장 큰 티크 목재로 만든 불상이 있다고 했는데 이것 아닌가 싶었어요.



이 두 불상 중 하나가 티크 목재로 만든 불상이고, 하나가 청동으로 만든 불상인데 봐도 구분이 가지 않았어요. 불상마다 일단 삼배를 드렸어요. 아까 왓 마하완에서는 법당 문이 다 잠겨 있어서 삼배를 드리지 않고 왔는데, 여기서는 삼배를 참 많이 했어요.





아래로 내려왔어요.



"내가 다 본 거 맞겠지?"


분명히 다 보기는 했어요. 단지 어느 불상이 태국에서 가장 큰 티크 목재로 만든 불상인지 잘 모를 뿐이었어요.



"법당 또 있네..."



불상 앞으로 갔어요.



"무슨 삼배를 이렇게 많이 드려야 해! 돌아다니는 것보다 삼배 드리는 게 더 힘드네!"


절에 왔으니 불단 앞에 가면 삼배를 드리는데, 여기는 그런 불단이 한두 곳이 아니었어요. 불단마다 삼배를 드리니 여기에서만 삼배를 여러 번 했어요. 지금까지 법당 문이 잠겨서 삼배를 드리지 않고 나온 절에서 드려야했던 횟수를 여기 와서 다 채우고 있었어요. 이것이 무슨 인생은 언제나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다 합치면 결국 0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길인지 아까 삼배를 생략하고 아껴둔 체력을 여기서 다 쏟아내버리고 말았어요. 오히려 한 절에서 삼배를 여러 번 드려서 더 힘들었어요. 부처님께서 이자까지 제대로 받아가셨어요.




휘청거리며 절 밖으로 나왔어요. 왓 부파람을 다 둘러보니 저녁 6시 5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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