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잠 안 오네.'


잠을 자기 위해 눈을 감았지만 잠이 오지 않았어요.


카오산 로드를 꼭 가봐야 할 건가?


머리 속에서 이 질문이 계속 맴돌았어요. '태국 배낭 여행'이라고 하면 거의 자동적으로 나오는 곳이 '카오산 로드'. 카오산 로드가 어떤 곳인지는 알고 있었어요. 태국에 '카오산 로드'라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았던 것은 2006년이었어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카오산 로드 글을 본 것이 못해도 몇백 개는 될 거에요. 태국 배낭여행 여행기라고 올라오는 글을 보면 카오산 로드 이야기가 거의 필수적으로 나오니까요. 오직 태국 여행하는 사람만이 태국에 오는 것이 아니라 미얀마나 인도 여행 가는 사람들도 방콕에서 조금 머무르다 가기 때문에 미얀마 여행기 읽는데 곁다리로 접하고, 인도 여행기 읽는데 곁다리로 접하기도 했어요. 무슬림이 메카에 가는 것처럼 카오산 로드는 태국으로 배낭여행 가는 사람들에게는 성지순례처럼 들리는 곳.


그래서 더더욱 가기 싫다.


여기가 어떤 곳일지, 어떤 분위기일지 이미 알고 있었어요. 가보지 않아도 알았어요. 현실도피와 흥청망청의 중심지일 것이 뻔했어요. 카오산 로드도 태국 영토이니 그것 또한 태국이지만 카오산 로드가 태국 문화의 상징은 절대 아니라는 것을 매우 잘 알았어요. 카오산 로드는 우리나라의 이태원 같은 곳일 게 뻔했어요. 여기에서 단 1mm도 벗어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이태원이 한국 문화의 상징이라고 하면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냐고 하는 것처럼 카오산 로드가 태국 문화의 상징이라고 하는 것은 이 역시 개 풀 뜯어먹는 소리인 것이죠.


유명 관광지 출신에 이태원도 예전 미군 기지촌 분위기 물씬 풍길 때부터 지금까지 종종 가고 있고 카오산 로드 관련 글을 읽은 게 엄청나게 많다보니 그곳이 어떤 분위기일지 아주 뚜렷하게 상상할 수 있었어요. 그 장면을 구경하러 꼭 카오산 로드에 가야하나 싶었어요. 혼자 타향생활한 기간이 10년쯤 되다보니 이제 '자유', '일탈' 등에 대한 환상도 없구요. 혼자 타향생활하는 것과 여행하는 것이 별 차이 없다는 것을 깨달아버렸거든요.


그래도 계속 머리가 복잡한 이유는 어쨌든 카오산 로드가 유명한 곳이고, 태국 관광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곳이었기 때문이었어요. 아무리 그곳이 어떤 곳인지 아주 잘 상상되더라도 아주 약간 다른 구석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이고, 가봤다는 것과 안 가봤다는 것은 어쨌든 큰 차이가 있으니까요. 줄거리만 다 알면 책을 굳이 안 읽어도 독후감을 쓸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줄거리만 읽은 것과 책을 읽은 것이 같은 것은 아닌 것처럼요.


자정을 훌쩍 넘어버렸기 때문에 이제는 6월 13일. 어서 자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왓 포 사원과 왓 아룬 사원을 갈텐데 이런저런 잡생각이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라 잠이 오지 않았어요.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모르겠어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던 생각들이 점차 희미해지다 없어졌어요. 눈을 뜨니 스콜은 멎어 있었고, 강렬한 햇살이 숙소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어요. 시간을 확인해보았어요. 10시를 훌쩍 넘긴 시각이었어요. 절대 이른 시각이 아니었어요.


'지금 왓 포랑 왓 아룬 가면 중국인 단체 바글거리겠지?'


중국인 단체와는 그냥 안 마주치는 것이 최선. 이것은 단순한 매너 문제가 아니에요. 중국인 단체가 한둘 오는 게 아니다보니 물량에서 어마어마해요. 태국 왕궁에서 그 콧대 높은 서양인들조차 물량으로 밀어버리는 것 보고 어이없어서 웃어버렸어요. 누가 매너가 더 나쁘냐를 떠나서 중국인 단체는 거대한 미세먼지 구름처럼 워낙 그 양이 많고 자기들끼리 엉키고 뒤죽박죽되기 때문에 이들과 섞이는 순간 답이 없어져요. 매너가 엉망인 단체 관광객 무리 하나가 방 안을 돌아다니는 모기 한 마리라면, 중국인 단체는 어떻게 피할 수 조차 없는 장마철 습기와 곰팡이에요.


태국 왕궁이야 실수라 하지만 그 실수를 두 번 반복할 수는 없었어요. 그런 실수는 딱 한 번이면 족했어요.


'짜뚜짝 주말 시장이나 가야겠다.'


아직 방콕 일정이 며칠 더 남았어요. 방콕에서 보내는 주말은 오늘과 내일 뿐이었어요. 원래는 오늘 왓 포 사원과 왓 아룬 사원을 가고 내일 짜뚜짝 주말 시장을 가볼 계획이었는데 이렇게 된 이상 토요일 일정과 일요일 일정을 바꾸기로 했어요. 둘을 바꾼다고 해서 딱히 내용 면에서 달라질 것은 없었어요. 짜뚜짝 시장은 주말에 크게 열리므로 토요일, 일요일 둘 중 하루에 가면 되는 것이었고, 절은 하룻밤 사이에 뭔가 경천동지할 정도로 바뀔 일이 없으니까요.


짜뚜짝 갈 거라면 급히 나갈 필요도 없잖아?


짜뚜짝에 갈 것이라면 굳이 급히 나갈 이유가 없었어요. 시장은 관람 제한 시간이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시장도 파장 시간이 있기는 하지만, 파장 시간 코앞까지 되어서야 거기 갈 생각은 아니었어요. 아무리 게으름을 부린다 해도 1시 즈음에는 짜뚜짝으로 갈 생각이었거든요. 짜뚜짝 시장에 사람이 많을 것은 확실했어요. 이런 곳을 가려면 잘 쉬고 가는 것이 중요했어요. 분명 시장 안에서 쉬엄쉬엄 다니기는 어려울 테니까요.


"태국 글자 확실히 다 외워야겠다!"


전날 태국어 글자를 몰라서 고생했던 것이 떠올랐어요. 어제 그렇게 글자를 몰라서 제대로 고생하기 전까지는 '적당히 하루에 한두 개씩 외워볼까' 라고 나태하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당연히 하루에 한 글자도 제대로 외우지 않았구요.


원래는 태국 오면서 태국어를 열심히 공부하려 했어요. 그런데 인도네시아에서 스마트폰을 잃어버리며 태국어 공부에 대한 열정도 같이 잃어버렸어요. 태국어는 성조 언어인데 정작 교재 듣기 파일이 담겨 있는 스마트폰이 없어졌으니 소리를 들을 수 없었어요. 원래는 돌아다닐 때 스마트폰에 들어 있는 태국어 교재 듣기 파일을 계속 듣고 책도 보아가며 조금씩 열심히 익히려 했지만, 음성 파일이 없어지니 이 계획은 전면 백지화되었어요. 글자를 외우면 길거리 표지판을 읽을 수야 있겠지만 제대로 읽을 수가 없으니 글자 외워봐야 뭐하나 하면서 글자 외우기를 사실상 손놓아버렸어요.


더 이상 문맹으로 지낼 수는 없다!


제대로 성조를 발음해낼 수 없다 하더라도 문맹으로 지내는 것은 정말 아니었어요. 기초적인 영어는 잘 통했기 때문에 태국어를 몰라도 여행하는 데에 별 지장은 없었어요. 하지만 세밀한 부분에서 문제였어요. 일단 제가 뭘 먹은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어요. 식사는 길거리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서 먹었어요. 이런 식당에 영어로 된 메뉴판이 있을 때도 있지만 없을 때도 종종 있었어요. 길거리 음식에 음식명이라고 적어놓은 것 또한 마찬가지로 영어로 적힌 노점도 있지만 그런 것 없고 오직 태국어로만 적힌 노점도 많았어요. 물론 보면 뭔지 대충 알 수 있지만 정확히 이름이 뭔지 모르니 불편했어요. 나중에 여행기를 쓸 때 음식 이름을 제대로 쓸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도 문제였어요. 문맹 상태는 대놓고 불편하지는 않았지만 은근히 짜증나는 일을 많이 만들어내고 있었어요.


공책을 꺼내 태국어와 라오어 글자를 썼어요.


태국어, 라오스어


태국어와 라오스어 글자를 여태 못 외우고 있었던 중요 원인 중 하나는 바로 둘이 비슷하다보니 자꾸 햇갈린다는 것이었어요. 태국어 글자 공부하면 라오어 글자 까먹고, 라오스어 글자 공부하면 태국어 글자를 까먹었어요. 이것이 계속 반복중이었어요. 태국어, 라오어 모두 뭔가 목적이 있어서 공부하려 했다기 보다는 그냥 호기심에 하던 것이라 태국에 호기심 생기면 태국어, 라오스에 호기심 생기면 라오어를 조금 보다 말다 하고 있었어요. 둘을 꾸준히 번갈아보았다면 그나마 낫겠지만, 여기는 저와 1나노그램조차 관련이 없던 지역들이라 즉흥적으로 호기심 생기면 잠깐 글자 외우다 말고 하는 식이었어요. 이 문제만큼은 반드시 해결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이 여행에서 이 문제만 확실히 끝내놓아도 태국 여행은 얻는 것이 있는 여행이었어요.


공책에 글자를 다 적은 후 페이지를 찢어서 주머니에 집어넣고 짜뚜짝 주말 시장으로 가기 위해 방에서 나왔어요.


"여기에서 짜뚜짝 시장 버스로 갈 수 있나요?"

"거기 길 엄청나게 막히니까 MRT 타고 가요."


버스가 MRT보다 매우 저렴해서 버스 타고 짜뚜짝 가려고 숙소 아주머니께 버스로 짜뚜짝 어떻게 가냐고 여쭈어보았더니 아주머니께서는 교통체증이 끔찍하다면서 MRT 타고 가라고 하셨어요. 버스비와 MRT 가격이 상당히 차이가 많이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웬만해서는 버스를 타고 가려고 했지만, 아주머니께서 그냥 교통체증이 심하니 MRT 타고 가라고 하시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뜯어말리다시피 하셔서 얌전히 MRT 타고 가기로 했어요.


방콕 후아람퐁


오후 1시 20분. 숙소에서 나와 MRT 역으로 갔어요. MRT를 타고 짜뚜짝 공원역으로 가서 1번 출구로 나왔어요.


짜뚜짝 시장 입구


전날 밤 짜뚜짝 야시장 보러 왔던 곳이었기 때문에 길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았어요. 전날의 기억이 없다 하더라도 어려울 것이 하나도 없었어요. 왜냐하면 1번 출구로 나오기만 하면 백인들이 어디론가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 백인들을 따라가면 짜뚜짝 시장으로 갈 수 있거든요. 굳이 짜뚜짝 시장을 가는 방법을 몰라도 짜뚜짝 공원역 1번 출구로 나가기만 하면 짜뚜짝 시장을 그냥 찾아갈 수 있어요.


짜뚜짝 시장 입구에서 동전 지갑을 10바트에 팔고 있었어요.


'10바트? 350원 아니야? 하나 살까?'


외투 주머니에 동전을 넣고 다니니 불편했어요. 원래 들고 다니던 지갑에는 동전 넣는 칸이 따로 없어서 동전은 외투 주머니에 넣고 다녀야 했거든요. 동전 지갑이 있으면 거기에 하루 쓸 돈을 집어넣고 동전을 넣어서 다니면 확실히 편해요. 이러면 오늘 돈을 얼마 썼는지 바로 알 수 있고, 동전 꺼내느라 바지 주머니 뒤적일 필요도 없구요. 앞으로의 일정을 생각했을 때 이 동전 지갑을 이용해 얻을 편리함을 생각하면 350원은 그냥 거저였어요.


지갑을 고른 후 계산하려고 지갑을 꺼내는데 지갑 속 돈과 영수증이 전부 쏟아졌어요.


"앗, 내 돈!"


저도 놀라고 상인도 놀랐어요. 둘이 사이좋게 바닥에 떨어진 돈을 후다닥 주웠어요. 다행히 잃어버린 돈은 없었어요. 기념으로 모아놓던 버스표만 몇 장 잃어버렸을 거에요. 돈을 잃어버린 것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안도하면서 10바트에 구입한 동전 지갑에 오늘 하루 쓸 돈과 동전을 집어넣었어요. 이제 돈을 보다 편리하게 들고 다닐 수 있게 되었어요.




태국 길거리 간식


태국 길거리 과일


시장 들어서자마자 먹거리를 파는 노점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태국 불상


불상들도 판매하고 있었어요.



"계란 후라이 진짜 잘 만들었다!"


계란 후라이처럼 생긴 저것은 계란이라고 보기에는 작고, 메추리알이라고 보기에는 컸어요. 이미 보이는 것에서 맛이 결정된 음식이었어요. 만드는 것을 보니 틀에 계란을 깨서 넣어 익혀 만드는 것이었어요. 정말로 계란후라이 만드는 것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런데 왠지 먹어보고 싶었어요. 계란맛 날 것을 뻔히 아는데도 생긴 것이 예뻐서 진지하게 사먹어볼까 하다가 발길을 돌렸어요.





식당에는 사람들이 매우 많았어요.


태국 방콕 짜뚜짝 시장


계속 시장을 구경하며 돌아다녔어요.


태국 건과일




큰 길에서 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보았어요.





"어? 이거 진짜 예쁘다!"




제 눈을 잡아끈 것은 바로 태국 음식 냉장고 자석이었어요. 원래 냉장고 자석을 모으지 않기 때문에 냉장고 자석을 보면 선물로 줄 것 있나 고를 뿐, 제가 사려고 구경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이것은 매우 예뻐서 정말 갖고 싶었어요. 어떤 음식들이 있나 살펴보았어요. 쏨땀도 있었고, 카우 니야우 마무앙도 있었고, 똠 얌도 있었어요. 제가 태국에서 먹었던 음식들이 냉장고 자석으로 제작되어 있는 것을 보니 신기했어요.


"저기서 코코넛 아이스크림 판다!"


슬슬 허리가 아파오고 있던 차에 관광객들 사이에서 유명한 코코넛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게가 보였어요. 날도 덥고 사람도 많고 먼지도 많았기 때문에 코코넛 아이스크림 하나 먹으며 조금 쉬다가 시장 구경을 계속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코코넛 아이스크림을 하나 구입했어요. 코코넛 아이스크림은 작은 코코넛 껍질 안에 담아주었어요. 어디 앉아서 먹으며 쉴 곳 없나 둘러보니 마침 광장 같은 곳이 바로 옆에 있어서 거기로 갔어요.



코코넛 아이스크림은 경험삼아 먹어볼 만한 것이었어요. 코코넛 자체를 썩 좋아하지 않다보니 코코넛 아이스크림도 그렇게까지 맛있지는 않았어요. 코코넛을 좋아한다면 이 아이스크림도 많이 좋아하겠지만, 코코넛을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아이스크림도 별로라고 느낄 맛이었어요. 앉아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잠시 쉬었어요. 기념품 파는 쪽에는 사람들이 매우 많았는데 이쪽으로 오니 사람들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또 구경해야지."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앉아서 조금 쉬다가 다시 일어났어요.



"저거 태국 여대생 교복이다!"


태국 여대생 교복


한때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던 태국 여대생 교복을 파는 가게가 보였어요. 원래 교복은 매우 긴 검은 스커트인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여대생들이 짧은 치마를 입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저 정도로 짧고 타이트한 스커트를 입는 여대생은 대학교 고학년이라고 해요.


신기하게도 이쪽으로 오자 관광객이 거의 보이지 않고 태국인들만 많이 보였어요.




시계를 보니 오후 4시 반이 되어 가고 있었어요.


"이제 슬슬 돌아가야겠다. 내일도 늦잠자면 중국인 단체랑 섞여서 왓 포, 왓 아룬 봐야된다."


시장 구경을 충분히 했어요. 게다가 오늘은 정말 일찍 자야 했어요. 오늘이야 늦잠을 잔 문제를 일정을 바꾸어 짜뚜짝 주말 시장 구경오는 것으로 어떻게 해결했지만, 내일 늦잠자면 어쩔 수 없이 중국인 단체 관광객과 뒤섞여 왓 포, 왓 아룬을 구경해야 했어요. 가뜩이나 방콕 일정을 생각할 때마다 여행 계획 참 잘못 짰다고 후회하고 있었는데 후회거리를 하나 더 늘리고 싶지는 않았어요.




태국 전통 치마



짜뚜짝 시장 구경은 상당히 만족스러웠어요. 외국인도 많았지만 태국인들도 정말 많았거든요. 태국인들 속에 외국인들이 양념으로 들어가 있는 것 같았어요. 이런 모습은 시장 골목으로 들어갈 수록 더욱 그랬어요. 그래도 큰 길가에는 외국인들도 많은데, 시장 골목으로 들어가면 외국인들은 별로 없고 거의 다 태국인이었어요. 적당히 균형이 맞추어진 모습이었어요.


짜뚜짝 시장을 구경하며 사진 찍을 때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은 사진 촬영을 금지한 가게들도 있다는 것이었어요. 무턱대고 사진부터 먼저 찍다가는 그 가게가 사진 촬영 금지 가게면 낭패를 볼 수 있어요. 사진 촬영 금지 가게인지 확인을 먼저 한 후 사진을 촬영하는 것만 신경쓴다면 그 외에는 그렇게까지 크게 신경쓸 것이 없었어요. 소매치기가 많다고 하니 소지품 신경써야 하구요.





시장에서는 이렇게 건어물도 팔고 있었어요.


태국 건어물


선물로 줄 만한 것이 무엇이 있나 살피며 걸어갔어요.





"코코넛 오일 하나 사야겠다."


태국제 코코넛 오일 품질이 꽤 괜찮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났어요. 코코넛 오일 파는 곳이 몇 곳 있어서 여기저기 돌아다녀보았어요. 가게마다 구경하고 가격을 물어보다 괜찮아보이는 제품이 보여서 125바트를 주고 구입했어요.


"주말 시장 오기 잘 했네."


태국인도 많고, 온갖 색채의 향연을 보여주는 가게가 많아서 눈이 매우 즐거웠어요. 그리고 큰 규모와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시장이었지만 길거리 위생 상태가 나쁘지 않았어요. 길거리 음식을 여기저기에서 팔고 있었지만 쓰레기가 여기저기 굴러다니고 있지 않았어요. 전날 짜뚜짝 야시장을 보았기 때문에 여기는 여차하면 다시 가지 말까 생각했지만 그랬다면 후회했을 거에요.


"저녁은 어디에서 먹지?"


여기에서 저녁을 먹고 들어갈까 했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다른 곳 가서 먹고 들어가기로 했어요. 딱히 어디를 가서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떠오르는 곳이 없었어요. 곰곰히 생각하다 가장 무난한 선택지인 싸얌역으로 가서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결정했어요. 싸얌역으로 가려면 BTS 를 타고 가야 했어요. 짜뚜짝 시장에서 가까운 BTS역은 머칫역이었어요.


BTS 머칫역에 도착하니 오후 5시였어요. 이미 사람들이 엄청나게 줄을 서 있었어요. 표를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섰어요. 제 앞에 줄을 선 사람들이 표를 구입하려고 돈을 내자 직원은 지폐를 10바트 짜리 동전으로 바꾸어준 후 기계 가서 표를 뽑으라고 전부 발권 기계로 보내고 있었어요. 그렇게 제 앞에 줄을 섰던 모든 사람이 발권 기계로 간 후, 제 차례가 되었어요. 저는 시암역으로 갈 것이었기 때문에 42바트를 내야 했어요. 정확히 42바트를 맞추어서 직원에게 돈을 내자 직원은 바로 표를 주었어요.


'설마 잔돈 없어서 앞사람들 전부 발권 기계로 보낸 거야?'


그렇게 밖에 설명이 되지 않았어요.



6시 20분. 시암역에 도착했어요.


'그러고보니 짜뚜짝 시장에서 태국 전통 의상 인형을 못 보았네?'


여행을 간 곳마다 작은 전통 의상 인형이 있으면 하나씩 기념으로 구입하는데, 짜뚜짝 시장에서는 태국 전통 의상 인형을 보지 못했어요. 불단을 보자 그제서야 왜 짜뚜짝 시장에서 태국 전통 의상 인형을 보지 못했는지 궁금해졌어요. 그 정도 규모의 시장이라면 분명히 태국 전통 의상 인형 파는 곳이 하나 정도는 있을텐데 전통 의상 인형을 파는 가게를 단 한 곳도 못 보았거든요.


"어디에서 저녁을 먹지?"


막상 싸얌역 오기는 했는데 어디 가서 저녁을 먹어야할지 몰랐어요. 뭔가 꼭 먹고 싶은 것이 떠오르지 않았거든요.



태국 방콕 BTS 시암역


어디에서 밥을 먹을까 고민하며 정처없이 왔다갔다 하다가 시암 파라곤 G층에 있는 푸드코드로 가서 저녁을 먹기로 했어요. G층은 우리나라 기준으로 1층이에요.



푸드코트로 들어가서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 60바트짜리 계란 튀김 덮밥을 골랐어요.



기름을 넉넉히 붓고 계란 풀은 물을 부어서 튀긴 것을 밥 위에 올려주고 칠리 소스나 케찹을 뿌려 먹는 음식이었는데 매우 맛있었어요.


저녁을 먹고 밖으로 나왔어요.





거리를 조금 구경하다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탔어요. 전철을 타고 돌아간다면 매우 쾌적하고 편하게 숙소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전철 요금은 버스 요금에 비해 너무 비쌌어요.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태국에서 돈 있으면 전철을, 돈 없으면 버스를 타야 했어요. 서비스의 질에 따른 확실한 차등 요금이라고 할 수 있었어요. 지하철은 빠르고 시원하고 쾌적하고, 버스는 느리고 후줄근하고 푹푹 찌니까요.


거리에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어요. 방콕 사람들이 이쪽으로 다 몰려오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그리고 교통체증도 매우 심했어요.


"내가 당하니까 안 좋네."


시암역 근처를 돌아다니며 교통체증을 볼 때에는 매우 재미있었어요. 차가 걸어가는 것보다도 못 가고 있었거든요. 민족 대이동 설날, 추석의 고속도로 상황을 현장에서 보는 기분이었어요. 거리를 돌아다닐 때는 그렇게 재미있게 구경하던 교통체증이었는데 제가 버스에 올라탄 순간 상황이 바뀌었어요. 제가 탄 버스도 앞으로 전혀 못 가고 있었거든요. 제가 타고 있는 버스보다 걸어가는 사람들이 더 빨랐어요. 앉아서 편하게 간다는 것 외에 그 어떤 이점도 없었어요. 만약 자리에 앉아서 가는 것이 아니라 서서 가는 것이었다면 이점이랄 것이 정말 하나도 없을 상황이었어요.


"숙소 아주머니께서 왜 짜뚜짝 얌전히 전철 타고 가라고 하셨는지 알겠네."


만약 아까 짜뚜짝 갈 때 버스를 타고 갔다면 이것보다 훨씬 더 한 교통체증을 겪어야 했을 거에요. 왜 아주머니께서 저를 뜯어말리셨는지 그 이유를 몸으로 깨달았어요.


후아람퐁역에서 내려 숙소로 돌아왔어요. 돌아오자마자 간단히 하루 일과를 기록했어요. 오늘은 1000바트 넘지 않게 돈을 썼어요. 이것저것 사먹고 선물도 사고 했지만 오늘 예상했던 지출인 1000바트보다 훨씬 적은 돈을 지출했어요. 1000바트는 절대 작은 돈이 아니에요. 1바트가 35원이라고 치면 1000바트는 35000원이에요. 시장 구경 하고 기념품, 선물 구입을 다 할 거라 생각하고 오늘은 1000바트쯤 쓰지 않을까 했는데 그보다는 일단 덜 썼어요.


사실 작정하고 아끼려면 하루에 정말 얼마 안 쓸 수 있겠지만, 여행 와서 아무 구경도 못하고 더운데 걸어다니기만 하고 빨래만 하는 여행을 하는 것은 또 아니었어요.


확실히 인도네시아에 비해 돈을 많이 쓰고 있었어요. 가장 큰 이유는 태국 와서는 길거리 음식을 잘 먹지 않았기 때문이었어요. 길거리 음식만 먹으며 돌아다닌다면 돈을 매우 많이 아낄 수 있기는 한데, 문제는 위생에 믿음이 가는 길거리 식당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어요. 일단 왕창 만들어놓고 팔릴 때까지 그냥 놔두는데, 제 아무리 지지고 볶고 튀긴 것이라 해도 이렇게 무더운 날씨면 솔직히 고민이 될 수 밖에 없었어요. 미리 만들어놓는 것까지는 좋은데 이것을 팔 때 다시 튀기거나 데워주지도 않았어요.


결정적으로 인도네시아에 있다가 태국 오니 음식이 맛이 없었어요. 먹는 족족 있으면 먹지만 없으면 안 먹겠다는 수준의 맛이었어요. 인도네시아 음식들은 정말 없어서 못 먹을 정도였어요. 시간이 없고 태국에서의 경비도 생각해야 했기 때문에 먹는 것을 참아야 했어요. 안 그랬다면 하루에 다섯 끼라도 먹었을 거에요. 그런 맛있는 인도네시아 음식을 먹다 태국 와서 음식을 먹으니 영 아니었어요. 인도네시아 음식을 먹다 와서 그런 것인지 태국 음식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았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태국 음식 먹어본 것 중 크게 맛있다는 생각이 드는 게 거의 없었어요. 아마 이 '맛' 문제 때문에 인도네시아에서는 위생이 안 좋은데도 길거리 음식을 바득바득 먹었지만 여기에서는 거의 안 먹는 것일 것이고, 이러다보니 태국 여행 경비가 폭증하고 있는 것 아닐까 싶었어요.


어쨌든 이제부터 어떻게든 하루에 1000바트 미만으로 쓰기로 결심했어요. 숙박비 나간 것이 있기 때문에 그것까지 더해서 어떻게든 하루 평균 지출 50달러에 맞추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어요. 원래 계획이 항공권을 제외한 모든 비용을 다 합쳐서 하루에 50달러 사용하는 것이었고, 여기에 얼마 더 지출할 것을 감안해서 1500달러를 들고 왔어요. 일단 방콕에서 큰 돈이 나갈 부분은 다 끝났어요. 치앙마이행 기차표 구입, 왕궁 입장료, 아유타야 및 펫부리 여행 일정이 끝났고, 숙박비도 이미 다 지불했고, 선물도 다 구입했기 때문에 이제는 평소 하던대로만 하면 치앙마이 도착 전까지 목돈이 훅 나갈 일이 없었어요.


지금까지 여행을 하면서 잡생각이 많이 든 적은 없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동남아시아에 오니 유독 이런저런 생각이 참 많아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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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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