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밀크티

맘스터치 밀크티 (패스트푸드 음료)

좀좀이 2016. 12. 27.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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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을 먹고 싶은데 치킨은 비싸서 이 욕구를 어떻게 해결할까 하다가 꽤 괜찮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맘스터치를 가자.


맘스터치 가서 치킨 패티가 들어간 햄버거를 먹으면 치킨을 먹고 싶은 욕구를 어느 정도 만족시킬 수 있어요. 가볍게 치킨의 맛만 느끼고 적당히 배를 채울 목적이라면 나쁘지 않은 선택지. 맘스터치는 집에서 멀지 않기 때문에 잠깐 다녀올 수 있기도 하구요.


맘스터치 가서 햄버거를 주문하려는 순간,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어요.


밀크티!


메뉴에 분명히 밀크티가 있었어요.


이거 장난이지? 이거 뭐 시즌 한정이거나 그냥 메뉴 많아보이려고 넣은 거지?


맘스터치는 치킨. 지금은 싸이버거 때문에 햄버거가 유명하지만 원래는 치킨 체인점이에요. 치킨을 뜯어먹으며 밀크티를 마신다? 나는 이거 한 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다. 이것은 마치 녹차를 마시며 피자를 먹는 것. 그리고 우유를 마시며 밥을 먹는 것. 골백번 생각해도 이건 이곳과 전혀 어울릴 수가 없는 메뉴. 우리의 조상님들께서는 이 심정을 표현하기 너무 좋은 말씀을 만드셨지. 개밥에 도토리. 원래 뜻은 이런 상황에서 쓰는 뜻이 아니지만 정말 개밥 속 도토리를 본 개의 심정이 이런 것이 아닐까 순간 이해가 되려고 했어요.


일단 햄버거를 시켜서 먹은 후, 진짜 밀크티 파나 물어보았어요. 정말로 밀크티를 판다고 했어요. 이것은 맘스터치 홈카페 매장에서만 파는 메뉴래요.


이것은 궁금해서 안 마셔볼 수가 없다.


바로 주문했어요. 뜨거운 것은 2500원이고 차가운 것은 3000원인데 저는 뜨거운 것으로 주문했어요.


맘스터치 밀크티



밀크티를 받아서 자리로 돌아왔어요.


맘스터치 커피 컵 뚜껑



일단 이 컵의 뚜껑은 이렇게 생겼어요.


컵을 자세히 살펴보다 깜짝 놀랐어요.


맘스터치 커피&밀크티 컵



컵에 당당히 COFFEE & MILK TEA 라고 인쇄되어 있어!


적당히 구색맞추기 용으로 들어와 있거나 매장에서 독자적으로 판매하는 메뉴라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어요. 이 컵에 당당히 '밀크티'가 인쇄되어 있었어요. 이것은 장난으로 만든 메뉴나 매장에서 임의적으로 끼워넣은 메뉴가 아니라 진짜 맘스터치 공식 밀크티였어요.


Mom's touch Milk tea



뚜껑을 열자 거품이 표면을 완벽히 덮은 밀크티가 나타났어요.


맘스터치 홈카페 밀크티



색깔도 진짜 밀크티야!


너무 멀쩡한 밀크티 색이라 오히려 놀랐어요.


패스트푸드 밀크티



농담이나 조작이 아니라 진짜 맘스터치 밀크티였어요.


이것은 대체 무슨 맛이 날 것인가?


2016년 12월 26일 오늘의 일기

어머니께 밀크티 사달라고 조르자 어머니께서 집에 가서 밀크티 끓여준다고 하셨다. 집에 와서 어머니는 밀크티를 끓이셨다. 어머니께서는 먹고 키가 크라고 우유를 듬뿍 넣어주셨다. 먹고 똑똑해지라고 코코아도 넣어주셨다. 어머니께서 해주신 음식이 언제나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머니께 이건 밀크티가 아닌 거 같다고 하자 사랑이 듬뿍 담긴 등짝 스매싱을 맞았다. 그제서야 이것이 밀크티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다음에 또 끓여달라고 해야지.


이런 느낌이었어요.


첫 맛은 우유맛이 났어요. 그냥 우유를 끓인 맛이 아니라 분유맛이었어요. 예전 문방구에서 팔던 가루 우유를 팍팍 집어넣은 맛이었어요. 자판기에 있는 '우유' 를 뽑아마실 때 느껴지는 그 맛이었어요. 칼슘 플러스 버거와 같이 먹으면 닫힌 성장판이 다시 열리고 키가 쑥쑥 자라날 것 같은 맛이었어요.


자판기 코코아향도 났어요. 분유향과 코코아향이 손에 손잡고 성장판을 열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어요. 한편 차의 향은 이 두 향에 가려져서 그렇게 강하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차 향이 있기는 한데 코코아향과 뒤섞이면서 어디부터 차 향기라고 해야할지 감을 잡을 수 없었어요. 시작은 코코아 향이고 끝이 차 향인데 끝부분 어느 지점부터 차의 향기라 해야할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어요.


한 모금 삼키고 나면 그제서야 차 향기가 느껴지면서 '이것은 밀크티구나'를 깨달을 수 있었어요.


물론 이렇기는 하지만 맛이 없는 것은 아니었어요. 지독하게 달지 않았고, 맛이 비어있는 곳이 없었어요. 엉터리 밀크티 먹으면 물맛이 느껴지는데 이것은 물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어요. 분유맛 위에 코코아향이 있고, 그 위에 케이크 위의 딸기 장식처럼 차 향기가 있었어요.


마시면서 참 재미있는 맛이라 생각했어요. 일단 묽거나 물맛이 느껴지지 않아서 좋기는 한데, 마신 후에야 이것이 밀크티라는 것을 알 수 있었거든요. 그래도 다행히 맛없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맛이 괜찮았어요.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500ml 패트병에 담긴 밀크티 중 밍밍하고 맛없는 밀크티가 꽤 많은데 그것들보다는 훨씬 나았어요. 솔직히 그것들 전부보다 낫다고 해도 큰 무리수는 없는 말일 정도였어요. 이것은 코코아 향이 강해서 차 향기가 애매해지는 것이 단점이지, 밍밍한 설탕물 같은 맛은 절대 아니었으니까요. 즉, 의외로 퀄리티가 괜찮았어요. '어린이용 코코아 홍차 우유' 라고 하면 딱 어울릴 맛이었어요.


이것은 앞으로 맘스터치 가면 간간이 사서 마실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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