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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탄 부대찌개 맛집 - 김네집 (송탄 부대찌개와 의정부 부대찌개의 차이점)

좀좀이 2016. 4. 1.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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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에서 근무할 때 꼭 다시 가보고 싶었지만 갈 수 없었던 식당이 있었어요.


그곳은 바로 송탄에 있는 부대찌개 맛집 '김네집'이었어요.


이 가게는 백종원씨가 진행하는 음식 소개 프로그램인 3대천왕에도 나왔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그 이전에 가서 먹고 진짜 맛있다고 감탄했어요. 사실 김네집은 원래 유명한 곳이었고, 저 역시 정말 끝내주게 맛있다는 말을 듣고 간 것이었어요.


문제는 송탄까지 가는 게 쉽지 않다는 것. 저는 더욱이 대중교통으로 가야 하는데, 전철을 타고 가면 2시간 넘게 걸렸어요. 제가 사는 곳은 의정부이다보니 청량리에서 전철을 갈아타고 송탄까지 가야 했어요. 이게 절대 우습게 볼 수 없는 대장정이라는 게 문제였어요. 진짜로 정신없이 푹 잤다고 생각하고 눈을 떠야 구로 정도. 구로를 지나서 또 한참을 내려가야 송탄역. 이건 거의 성지순례급이었어요. 물론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맛이기는 했지만, 5시간 정도를 통째로 비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게스트하우스 일을 그만둔 후, 이 송탄 부대찌개를 먹으러 전철 타고 송탄까지 갔어요.


부대찌개는 크게 두 종류가 있어요. 의정부식 부대찌개와 송탄식 부대찌개에요. 의정부와 평택 (송탄) 모두 미군 기지가 있는 곳이다보니 부대찌개가 자연스럽게 등장하게 되었어요. 배추김치가 있는 곳에서 배추김치는 그 자체가 훌륭한 조미료이자 식재료 역할도 하기 때문에 배추김치에 이것저것 섞어서 볶거나 끓여서 찌개나 국으로 만드는 요리법은 전혀 독특하지 않아요.


이태원에는 '존슨탕'이라는 부대찌개 비슷한 음식이 있어요. 존슨탕에는 일단 배추김치가 들어가지 않아요. 그래서 정말로 많이 다른 맛이 난답니다.


굳이 계보를 따져보자면, 존슨탕은 부대찌개류에 넣으면 안 되요. 같은 찌개/탕 종류에 속하기는 하나, 존슨탕은 잡탕찌개에 속하고, 부대찌개는 김치찌개의 하위 범주에 들어간다고 보아야 맞아요.


부대찌개가 어떻게 김치찌개의 하위 범주에 속하냐고 말도 안 되는 소리라 생각하시는 분도 분명 계실 거에요. 하지만 그렇다면 참치 김치찌개와 돼지고기 김치찌개는 맛이 비슷하냐고 물어볼 수 있어요. 참치 김치찌개와 돼지고기 김치찌개의 맛은 땅과 바다만큼 맛이 다르지만, 김치로 만든 찌개라는 공통점으로 인해 같은 김치찌개로 보아요. 부대찌개는 과거 미군 식재료가 들어간 김치로 만든 찌개라 보아야 해요. 부대찌개를 직접 끓여보다 실패한 경우, 또는 정말 부대찌개 못하는 집에서 먹어본 경우 이것을 제대로 알 수 있지요.


현재 우리가 접하는 부대찌개는 대부분 송탄식이에요. 그런데 왜 부대찌개라 하면 의정부부터 떠올리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와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어요.


1. 과거 서울에서의 접근성을 놓고 보았을 때 의정부가 평택보다 훨씬 서울과의 접근성이 뛰어났다.

2. 의정부는 말 그대로 미군 기지가 가득한 군사도시였다.

3. 과거 의정부에서 서울로 많은 미군 물자가 흘러들어갔고, 서울 사람들 인식 속에 의정부는 '미군 기지가 있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 있었다. (실제로 1980년대에만 해도 서울 사람들이 의정부 사람들은 미군과 섞여 사는 사람들이라 해서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해요.) 그래서 미군, 미국 것이라 하면 의정부를 연관시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4. 306 보충대로 많은 서울 사람들이 입대하던 시절, 자연스럽게 부대찌개를 많이 접하게 되었다.

5. 의정부가 대대적으로 의정부의 명물로 부대찌개를 홍보했다. (양주시에서 가장 번화한 곳을 뚝 떼어서 만든 시가 바로 의정부시에요. 그러다보니 의정부시는 크게 내세울 것이 거의 없는 곳이었고, 의정부시에서 자신들의 명물로 부대찌개를 선정, 홍보를 많이 했어요.)


정작 시중에서 판매하는 부대찌개의 상당수가 송탄 부대찌개인데 송탄 부대찌개를 끓여내는 식당조차 의정부 부대찌개라고 하는 것을 보면 '미군 물자 = 이태원, 의정부'라는 생각이 사람들 머리 속에 강하게 남아 있다보니 그렇게 된 것 아닌가 싶어요. 더욱이 과거에는 평택보다 오산이 미군기지가 있는 곳으로 유명했고, 송탄은 거의 알려지지도 않은 곳이었구요.


송탄 부대찌개와 의정부 부대찌개는 확실히 달라요. 일단 맛으로만 놓고 본다면 의정부 부대찌개가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김치찌개 맛에 훨씬 가까워요. 송탄 부대찌개는 의정부 부대찌개보다 진하고, 짭짤하며, 느끼해요.



이것이 송탄 부대찌개의 대표라 할 수 있는 김네집의 부대찌개에요. 상당히 빡빡하게 건더기를 많이 집어넣고, 치즈가 기본으로 들어가요. 의정부 부대찌개는 치즈가 기본으로 들어가지 않아요.



이번에는 로스 구이도 같이 시켰어요. 김네집에서는 먼저 불판을 뜨겁게 달군 후, 베이컨을 먼저 올려놓아요.



김네집에서는 부대찌개가 적당히 끓으면 다진 마늘을 한 숟갈 집어넣어요.


지금 사진을 보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부대찌개와 상당히 비슷하다고 생각하실 거에요.



다 끓은 부대찌개는 이렇게 생겼답니다. 국물이 상당히 적은 편이에요. 참고로 저것은 국물을 조금 떠먹은 상태가 아니라 딱 다 끓였을 때의 상태에요. 국물이 의정부 부대찌개보다 탁한데, 그 이유는 치즈를 넣었기 때문이에요. 의정부 부대찌개는 취향에 따라 치즈를 첨가하지만, 송탄 부대찌개는 치즈가 기본으로 들어가요.


김네집 부대찌개의 맛은 진하게 잘 끓여낸 부대찌개 맛이에요.


바로 위의 평가가 황당하고 허무하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앞서 적었듯이, 우리가 먹는 부대찌개 대부분이 송탄 부대찌개에요. 그러다보니 맛에 대한 평가가 저렇게 간단히 나오게 되는 것이에요. 오히려 의정부 부대찌개 맛집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었다면 우리가 먹는 부대찌개와 어떻게 맛이 다른지 꽤 상세히 적었을 거에요. 음식맛이 상당히 강해진 현대 한국사회에서 의정부 사람들이 맛있다고 추천하는 의정부 부대찌개를 먹어보면 의외로 심심하다고 느낄 수 있어요. 특히 식당 음식에 혀가 길들여진 사람이라면요. 부대찌개에 콩나물 넣는 것을 금기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의정부 부대찌개를 먹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어요. 국물 자체가 맑은 편이기 때문에 여기에 콩나물까지 들어가버리면 이건 찌개가 아니라 소시지 콩나물 김치국이 되어버리기 때문이에요.


반면 송탄 부대찌개는 상당히 진하고 짭짤하게 끓여요. 우리가 시중에서 먹는 부대찌개보다 훨씬 맛있게 잘 되었고, 그게 농축된 진한 맛이라 생각하시면 되요. 부대찌개 사진을 보고 상상한 그 맛 그대로에요. 순수 김치찌개에서 보다 미국화된 맛이라 하 수 있어요.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송탄 부대찌개는 건더기와 국물의 비율에서 건더기가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아요. 당연히 진한 맛이 나올 수 밖에 없지요.


간단히 요약하자면 진한 송탄 부대찌개와 깔끔한 의정부 부대찌개라고 표현할 수 있어요. 둘 다 맛있어요. 그러나 외견이나 맛이나 상당히 차이가 있어요.


참고로 의정부 부대찌개, 이태원 존슨탕이 궁금하신 분은 제가 예전에 썼던 이 글을 보세요.

링크 : http://zomzom.tistory.com/1014



그리고 로스 구이. 베이컨에서 기름이 충분히 나오면 양파와 마늘을 넣고 그대로 볶아서 먹어요. 요즘은 베이컨 구하기 쉬워서 집에서도 해먹을 수 있는 요리. 양파와 마늘이 같이 들어가니 상당히 맛있었어요. 로스가 다 구워지면 상추와 쌈장이 나와요. 베이컨, 구운 양파와 마늘을 쌈으로 싸서 먹으면 매우 맛있어요.


김네집에 가면 식당 아주머니께서 햄을 썰고 있는 모습, 그리고 포장해서 들고 가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어요. 이제는 대기표도 나누어주더라구요. 외국인들도 와서 먹고, 군인들도 포장해 간답니다.


여기를 쉽게 갈 방법만 알아낸다면 정말 자주 갈 텐데 제가 사는 의정부에서는 너무 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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