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한국 라면

팔도 짜장면 - 이건 진짜 맛있다

좀좀이 2015. 8. 16.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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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 라면. 딱 떠오르는 것은 비빔면. 농심, 삼양, 오뚜기, 팔도가 우리나라 4대 라면 제조 회사인데, 실상은 농심, 삼양, 오뚜기, 팔도비빔면 이라고 해야 인지도 면에서 맞지 않을까 싶을 정도에요. 무슨 어려운 기업 규모니 하는 것을 따지는 게 아니에요. '팔도'라는 회사보다 '팔도비빔면'이 압도적으로 유명하다는 말이지요.


어느덧 혼자 산 지도 10년이 훌쩍 넘었어요. 그 기간 동안 라면을 밥처럼 먹어대다보니 이제는 나름의 라면 끓이는 요령도 있고, 냄비에는 라면 끓이는 물 붓는 곳이 표시되어 있을 정도지요.


개인적으로 팔도 라면을 꽤 좋아해요. 라면 회사 4곳 중 가장 개성이 강한 회사가 팔도에요. 진짜 먹어보면 알아요.


팔도 라면은 평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 편. 먹어보면 왜 극과 극으로 갈리는지 바로 납득이 되요. 팔도 라면들 맛의 특징이라면 진짜 확실한 개성이 있다는 것. 좋게 말하면 매우 독특하고 개성있는 것이고, 솔직히 말하면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지만 입에 안 맞는 사람들은 싫어하는 맛이라는 것이지요. 굳이 비유하자면 주인공 한 명을 위해 모두가 쩌리 역할을 하는 연극 같달까요? 주인공이 마음에 들면 두 번이고 세 번이고 계속 보는 것이지만, 주인공이 마음에 안 들면 바로 쓰레기니 시간이 아깝다느니 악평이 쏟아지는 것과 비슷해요. 팔도 라면은 먹어보면 딱 내세우는 맛이나 향 하나가 있고, 나머지 맛은 들러리 신세라는 느낌이 강해요.


이마트 갔을 때였어요. 팔도 짜장면이 있는 것을 보고 구입하려고 하는데 4+1 묶음이 딱 하나만 남아 있었어요.


'이걸 사, 말아?'


엄청나게 고민되었어요. 식사로 라면을 끓여먹는데, 항상 두 개를 끓여먹다보니 라면을 홀수개로는 절대 안 사요. 왜냐하면 홀수개로 사면 결국 1개가 남아버리거든요. 라면 1개를 끓여먹으면 식사가 되지 않고, 밥처럼 라면을 먹기 때문에 간식으로 라면을 끓여먹는 일은 절대 없기 때문에 매우 고민이 되는 일이었어요.


'불낙볶음면이랑 섞어서 끓여먹으면 어떻게 마지막 한 개를 처리할 수 있지 않을까?'


불낙볶음면 5개와 팔도 짜장면 5개를 구입해서 딱 한 번 한 개씩 섞어먹으면 홀수개로 구입해 한 개가 남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다른 라면 두 종류를 섞어서 끓여먹는 것 역시 매우 싫어하지만 성공하면 좋은 거고 실패하면 웃긴 거라 생각하니 그렇게 마지막 1개를 해결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봉지만 보고 큰 기대는 하지 않았어요. 이때까지만 해도 짜짜로니 아류작 아닐까 생각했어요.



"어? 이 묵직한 건 뭐야?"


건더기 스프와 레토르트 스프가 들어 있었어요. 대충 액상 스프 하나랑 건더기 스프 하나 들어 있을 줄 알았는데 일반 라면 건더기 스프의 2배 크기인 묵직한 레토르트 스프가 들어 있자 뭔가 웃겼어요. 그리고 기대감 상승.


일단 끓이는 것 자체에는 별로 특별할 게 없었어요.그리고 건더기 스프는 매우 부실했어요. 이마트 짜장라면급으로 부실했어요. 진짜 야채 쪼가리밖에 없는 스프. 그러나 레토르트 스프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일단 이 건더기 스프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가기로 했어요.


다 끓이고 레토르트 스프 같이 생긴 액상 스프를 면에 부었어요.


"이건 사기야!"


짜장 스프를 부을 때 손에 느껴지는 촉감. 경악과 경탄이 같이 나왔어요.



얘네들, 짜장라면이 아니라 짜장면을 만들어 내놨어!


사진 속 숟가락 위 두 검은 덩어리는 건더기 고기와 건더기 감자. 실제 저렇게 큰 건더기들이 들어 있었어요. 게다가 어설프게 만든 게 아니라 진짜 감자와 고기였어요. 씹어서 먹어보면 짜장면 속 그것과 똑같았어요.


면발의 굵기니 뭐니 하는 거 다 필요 없었어요. 그냥 이 제대로 된 짜장 스프로 모든 것이 종결되었어요.


농심 짜왕도 먹어보았고, 오뚜기 진짜장도 먹어보았지만, 이것들은 그냥 '짜장라면'이었어요. 솔직히 그 돈 주고 그것들 사먹느니 짜파게티, 짜짜로니 사먹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이것은 달랐어요. 저렇게 큰 제대로 된 건더기가 들어있는 스프로 모든 게 다 끝났어요. 위에서 말한 팔도 라면의 특징이 긍정적인 부분으로 제대로 발휘된 라면이었어요. 남들이 짜장 라면 만들어서 내놓을 때 팔도는 아예 극단적으로 진짜 짜장면을 만들어 내놓았어요. 면발만 놓고 본다면 동급의 라면이지만, 스프로 놓고 보면 이건 절대 동급이 아니었어요. 동급이라고 이야기하려면 저 진짜 감자와 고기부터 라면 스프에 집어넣은 다음에 이야기해야죠.


이건 짜장면 대용품으로 손색이 없었어요. 집에 비축해 놓았다가 짜장면 땡길 때 끓여먹으면 딱 좋은 라면이었어요.


한편 이 라면을 먹으면서 왜 오뚜기가 이걸 만들어내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뚜기는 3분 시리즈가 있지요. 1500원짜리 고급 라면 만들어 낼 거면 기존 3분 시리즈 + 라면 면발 조합으로 짜장라면, 카레라면 등등 많이 만들어내어서 경쟁사들 압살시켜버릴 수 있었을 건데 왜 오뚜기 진짜장은 그렇게 나왔는지 진심 의문이었어요.


팔도 짜장면은 진짜로 저렴한 동네 반점에서 사먹는 짜장면이었어요. 이건 액상 스프만 따로 팔아도 꽤 잘 팔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어요. 가격 때문에 많이, 자주 사먹을 수는 없지만, 짜장 라면 자체를 주식처럼 먹을 수는 없으니까 이제부터 주머니 사정 괜찮을 때 짜장 라면은 이걸 사서 먹을 거에요.


진짜 봉지에 그려진 그림이랑 실제 끓여서 만든 거랑 거의 똑같은 라면은 태어나 처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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